“치매, 온 가족 모인 명절에 관심 있게 살펴야”
추석같은 명절에 가족이 만나 나누는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는 건강이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때 드러내놓고 걱정하기 조심스러운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치매다. 최근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2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대표적인노인성 질환인 치매는 환자의 삶의 질을 훼손하고 가족에게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3’에 따르면 2024년 추정 치매환자는 약 100만 명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환자도 늘어 2040년에는 약 226만 명, 2060년에는 약 339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신경과 센터장은 “치매는 초기에 건망증과 증상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고, 부정적 인식 때문에 본인 또는 가족들이 증상을 외면하고 회피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향도 있다”며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부모님은 물론 가족의 치매 위험요인을 잘 살피고, 자가진단 등을 통해 체크하는 등 예방을 위한 노력이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증상이 기억력 저하다 보니 자칫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기억력 외에 언어나 판단 능력, 계산능력,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기분과 성격,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노년층 치매환자의 경우 운동기능이 저하되어 낙상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또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겪는 초로기 치매의 경우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연령대에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 피부양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노년기 치매에 비해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해 환자 스스로나 가족이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다.
치매는증상을 호전 또는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이 아직 없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초기 증상이 미미해 알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가족이나 주변인이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자세히 살피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치매의 대표적 증상인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는지 살펴본다. 부모가 만든 음식 맛이 갑자기 변했다면 치매로 후각과 미각이 떨어져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낮잠이 많아지는 경우, 예전과 달리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의심이 많아지는 것도 초기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 자체는 완치시킬수 있는 약이 없어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판정된다면 환자 개인의 치료와는 별도로 가족 간 적극적인 소통과 지지도 꼭 필요하다.
●온 가족 모여 게임하는 것도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 치매 예방을위해서는 위험인자를 피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위험인자로는 뇌 손상이 2.4배로 가장 높고, 음주가2.2배, 운동 부족 1.8배, 흡연 1.6배, 비만 1.6배 등 순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기본이며 40대 이후로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위험인자가 있다면 뇌혈관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또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체크’ 앱을활용해 가족과 함께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게임을 하면서 인지 기능 향상과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다. 카드 맞추기나 숨은그림 찾기, 단어 연결 퀴즈 등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보드게임이나퍼즐 맞추기, 블록 쌓기 등은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낱말맞추기 게임이나 주어진 주제나 단어를 이용한 이야기 만들기 게임 등은 언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 가족과 함께 산책이나 걷기 등 신체활동을 함께해 주는 것도 가족 간 유대를 쌓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박정훈 센터장은 “치매 환자의 경우 치매 증상을 부정하거나 혼자 해결하려 하고, 다른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려는 경향도 있다”라며 “이런 경우 오히려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사회적인 고립감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숨기지 말고 전문가의도움을 받으면서 가족이나 주변인과 함께 극복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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