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휴 좋은 위스키 공항으로 간다’... 실적 악화 면세점, 술로 탈출구
글로벌 주류 브랜드 공항 팝업 잇달아 유치
단독 제품 유치·개발 경쟁도 가열
부진한 실적에 고심하는 면세점 업계가 주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경쟁사와 다른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위스키 제조·수입사와 앞다퉈 손을 잡거나, 한국 주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겨냥해 공항에 우리술 전문 코너를 만들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15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에서 스코틀랜드 블렌디드 위스키 듀어스(Dewar’s) 팝업 스토어를 오는 11월까지 운영한다.
듀어스는 1846년 탄생한 유서 깊은 위스키다. 원액을 두 번 숙성해 부드러움을 강조한 더블 에이징 공법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신라면세점 팝업에서 듀어스는 신제품 더블더블 스톤 토스티드 21년 제품을 특별히 선보였다. 이 제품은 위스키를 숙성하는 나무통을 독특한 방식으로 만든다.
다른 브랜드는 위스키 맛을 보강하기 위해 위스키를 넣기 전 장작불로 나무통 안을 그을린다. 듀어스는 장작 대신 구운 돌로 나무통 안을 익혔다. 나무를 직접 태우지 않고, 복사열로 익히면 위스키에 더 복잡한 풍미를 입히면서 부드러움을 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다만 생산 공정에 더 긴 시간이 들어간다. 특히 21년 숙성 원액을 사용하는 제품들은 해외 주요 도시 면세점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위스키에 속한다.
◇ 9·10월 황금 연휴 맞아 공항서 단독 할인 행사 한창
이들 제품이 면세점 팝업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위스키 취향 역시 세분화됐다는 반증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추석과 10월 황금연휴 출국객을 겨냥해 운영하는 팝업”이라며 “신제품을 포함해 듀어스 일부 상품을 20~40% 싸게 팔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서편에 신라면세점 주류 전문 매장을 열었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총 316㎡(약 96평) 규모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일한 주류 전문 매장이다.
당시 신라면세점은 주류 전문 매장 개장을 기념해 글로벌 종합주류기업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위스키 브랜드 ‘와일드무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미국 주류기업 브라운포맨과 미국 위스키 잭 다니엘 팝업을 운영했다. 브라운포맨이 인천공항에 팝업스토어를 연 첫 사례였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3월 대만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Kavalan) 제조사 킹카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발란은 롯데면세점에 2017년 입점했다. 롯데면세점 내 카발란 매출은 지난해 주류 애호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2022년보다 3580%나 뛰었다.
롯데면세점은 킹카그룹과 카발란 단독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점과 호주 멜버른 공항점, 미국 괌 공항점,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처럼 롯데면세점이 낸 해외 주요 거점에도 카발란 위스키를 입점해 판로를 넓혔다.
이승국 롯데면세점 상품본부장은 “킹카그룹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주요 채널에 카발란 위스키 상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차별화한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일본 산토리가 만드는 위스키 브랜드 토키(Toki)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토키는 2016년 북미 시장 전용으로 출시한 위스키다. 산토리가 자랑하는 주요 증류소 하쿠슈, 야마자키, 치타에서 원액을 골라 섞어 만든다.
◇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1터미널에 ‘K막걸리존’ 구성키도
위스키뿐 아니라 우리술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곳도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기원과 협업해 면세점 한정판을 단독으로 출시하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업계 최초로 ‘케이(K)막걸리존’을 구성했다. K막걸리존에는 춘풍양조장 춘풍 미주 12, 강남시그니처막걸리, 복순도가, 맵시 같은 고급 막걸리 브랜드가 입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뛰어난 주류 제조 기술과 독창적인 맛을 대표하는 국내 술 브랜드가 성장하고, 세계 주류 시장에서 K주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늘었지만 면세점 이익은 급감
면세점업은 엔데믹 이후에도 좀처럼 활기를 못 찾고 있다. 방한 외국인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들 씀씀이는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공항 임차료와 마케팅·인건비 같은 비용은 매년 치솟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은 44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5만 명보다 96% 늘었다. 반면 상반기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은 5조8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2739억원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올해 2분기에도 주요 면세점 영업이익은 일제히 폭락했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영업이익이 80% 정도 급감했다. 호텔롯데는 올해 2분기 253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70%가 넘는 183억원이 롯데면세점에서 발생했다.
면세점 업계는 주류 시장 흐름을 이끌어 가는 젊은 소비자들이 면세점에서 주류를 대거 주문하길 기대하고 있다. 외국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던 희귀 위스키를 속속 들여오는 이유다.
일부 제품은 면세점 행사 할인과 적립금, 쿠폰, 카드 제휴사 혜택 같은 결제 수단을 적용하면 위스키 생산국 현지 실제 판매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까지 내려 갔다. 해외 체류 일정 가운데 어렵게 발품을 팔 필요 없이 국내에서 편하게 위스키 쇼핑을 할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김주한 미국 미네소타 블루브릭바 바텐더는 “평소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위스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눈여겨 보다가 낯선 제품이 나타나면 면세점 전용 상품일 가능성이 크니 바로 사는 편이 좋다”며 “GTR(Global Travel Retail) 전용 상품은 보통 해당 브랜드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시험하기 위해 일반 제품보다 좋은 원액을 섞어 만든 도전적인 제품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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