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의료진, 진짜 고생 많으시네요”

윤성철 2024. 9. 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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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원자력의학원(부산 기장군 장안읍) 응급실엔 요즘 매달 1천 명 넘는 환자들이 밀려든다.

이창훈 의학원장은 14일 "정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모든 의료진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조차 중증의 응급환자들이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게 하자면 이런 공공의료 응급실 시스템이 100% 지속 가능한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함께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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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부산 기장군 장안읍) 응급실엔 요즘 매달 1천 명 넘는 환자들이 밀려든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벌써 30%나 늘었다.

더구나 긴급한 중증환자 비율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56%나 증가했다. 그래서 추석 연휴 기간이 더 급박하게 돌아가는 비상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서울과 부산 시내 대학병원들 찾아갔을 환자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자 그동안 굳이 찾지 않던 기장군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

'공공병원'이란 특수한 성격 때문이다. 대부분 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지만, 여긴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 '원자력의학원'이 원전이 많은 이곳에 세운 특별한 병원이다.

그래서 최근엔 암 환자들까지 많이 늘었다. 병원 측은 "지난해보다 벌써 37%나 증가했다"고 했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에 비교우위가 있는 '암 전문'이란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응급실과 병원의 다른 진료과 의료진 긴장도와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의료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을 만큼 매일, 매 순간이 살얼음판 걷는 형국.

119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최근엔 멀리 경남 양산이나 김해, 울산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얼마 전엔 중증 뇌졸중 환자가 응급 상황으로 도착, 수술로 위기 상황을 겨우 넘겼다.

의학원은 급히 입원실과 중환자실 병상을 늘리고 간호 인력까지 추가해 대응하고 있다지만 언제,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물리적 한계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

13일엔 정종복 기장군수와 최병무 기장보건소장도 찾아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운영 독려 차원. 자칫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방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병원 상황을 둘러보던 관계자들 입에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여기 의료진 진짜 고생 많으시네요"란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정 군수도 의료진들에게 "피로가 많이 누적됐겠지만, 추석 연휴 응급상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왼쪽 흰 가운 이창훈 의학원장, 가운데 흰 점퍼 정종복 기장군수.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사실, 기장군은 부산시와 함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매년, 응급실 운영비를 소폭 보조해왔다. 그나마 응급실 지원의 길을 터놓은 것. 하지만 현재의 의사 5명, 간호사 13명 인건비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어쩔 수 없는 적자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6일엔 정동만 국회의원(국민의힘, 기장군)도 의학원을 들러 추석 전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하고 갔다. "내년 초에 심뇌혈관센터를 새로 문을 열어 심뇌혈관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병원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만 국회의원(왼쪽 두번째)이 이창훈 의학원장과 응급진료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창훈 의학원장은 14일 "정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모든 의료진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조차 중증의 응급환자들이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게 하자면 이런 공공의료 응급실 시스템이 100% 지속 가능한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함께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 의료진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여서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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