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황정민, "내 직업은 광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행복해"[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9. 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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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서 강력범죄수사대 형사 서도철 역
배우 황정민/사진=CJ ENM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황정민이 영화 '베테랑2'로 올 추석 극장가에 시원한 액션 스릴러를 선사한다. 황정민과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1'의 1,341만 흥행 신화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가 주축이 된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베테랑2'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진행하며 영화의 첫 공개에 나섰고 이날 대체적인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추석 극장가에 유일하게 개봉하는 영화에 걸맞게 심박수를 높이며 휘몰아치는 액션신과 현대 사회의 범죄들에 대한 세밀한 고찰 등 장점이 가득한 영화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일한 가족인 아내와 아들도 제대로 못챙기고 밤낮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맡은 황정민을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영화 '공작'이후 6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황정민은 '베테랑2'의 출연 계기와 류승완 감독과 함께 세웠던 목표, 함께 호흡한 정해인의 장점 등에 대해 구수하고 솔직한 입담을 펼쳤다.

배우 황정민/사진=CJ ENM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조마조마해 본 건 처음 같아요. 서도철은 정말 애정하는 캐릭터였고 '베테랑' 시리즈는 제 작품 중 남다른 느낌이 있어요. 2편을 앞둔 불안감보다 자신감도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인물이고 저 밖에 할 수 없는 인물이죠. 제 마음 속 인물을 언제 꺼내나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9년이나 걸렸네요. 1편 처음 만들려고 했던 때도 생각나요. 영화 '신세계'를 찍던 와중이었는데 그때 저 나름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어떻게 이런 시기를 헤쳐 나가나, 일을 쉬어야 하나'도 고민했었죠. 그때 류승완 감독님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어렵게 할 이유가 뭐냐, 재미있게 같이 할 뭔가를 해보자'라며 '베테랑'을 제안해 주셨죠. 개봉과 동시에 너무 흥행이 잘된 복덩이 같은 영화였죠."

'베테랑1'이 재벌 3세 조태오라는 인물을 내세워 당시 한국내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던 갑질 논란을 소재로 통쾌한 철퇴를 가하는 서도철의 활약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면, '베테랑2'는 범죄에 대한 사적 제재와 사이버 렉카, SNS를 통한 살인 예고 등 현대 사회속 병폐 등을 다루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토론의 의제들을 제공한다.

"류승완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으셨던 걸로 알아요. 류 감독님이 애초 1편과 똑같은 톤으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죠. '(전편을)답습하지 않고 베끼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예술가로서의 존경심이 들었어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 그걸 선택하지 않은 거잖아요. 저희는 '부당거래'처럼 사회적 이슈를 파헤친 작품도 함께 해본 적이 있었죠. 지금 사회가 너무 복잡해지고 SNS의 문제점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선택에 박수치며 동의했죠."

1편에서 유아인이 연기했던 조태오의 대사 중 '어이가 없네' 등이 밈으로 만들어지고 희대의 악역 캐릭터로 손꼽혔다면 2편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속내를 알기 어려운 복잡한 성향의 뉴 빌런이다. 황정민은 정해인과 호흡에 대해 엄지손을 치켜 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황정민/사진=CJ ENM

"정해인은 몸을 기본적으로 잘 쓰는 친구에요. 얼굴도 잘 생겼는데 심지어 액션도 유연하게 잘해요. 그 친구의 좋은 장점이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감독님이 이런 특색을 잘 이용하신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빌런 역을 하려는 배우들이 많지 않아요. 배우 스스로 그런 역할을 했을 때 잘못될까봐 쉽게 선택하는 용기 있는 배우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엄마 친구 아들' 같은 로맨스 드라마의 주연을 하는 친구가 이런 캐릭터를 맡아주니 얼마나 다행이었겠어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 '내가 죄짓고 살지 말랬지?'를 밥먹듯 이야기하며 범죄자들을 끝까지 잡아들이는 서도철은 '베테랑2'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이 연루된 일로 인해 위기에 놓이게 된다. 범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에 불신이 생긴 시대, 사적 복수가 유행처럼 번지고 SNS 상에서의 가짜 뉴스 등의 폭로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이버렉카의 타깃이 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서도철은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견지하며 사건 해결에 나선다.

"서도철의 사상이나 범죄를 다루는 태도 등은 비슷하지만 아들이 초등학생에서 고교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다르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가정에서의 남편이나 아버지로서의 삶에 대한 부분이 좀 더 다뤄졌던 것 같아요. '베테랑' 시리즈는 정의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1편에서는 단순했다면 2편에서는 복잡해졌어요. 서도철이 위험에 놓인 박선우에게 '너를 살려서 꼭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하는 시퀀스는 너무 중요해요. 여기에 영화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이 흐트러지고 복잡해진 시대이지만 죄를 지은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죠."

배우 황정민/사진=CJ ENM

황정민은 지난해 영화 '서울의 봄'으로 1312만 관객을 모으는 등 대흥행을 이뤘고 지난 5월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잇따른 경사를 맞았다. 최근 몇년새 작품으로 연달아 큰 성공을 거뒀지만 5일 가까이 되는 추석 연휴 기간 유일한 개봉작으로 '베테랑2'가 홀로 나서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금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함께 개봉하는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 외롭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한국영화 파이팅'이라는 마음이 정말 와닿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왔는데 저희 광대에게는 작품을 봐주시는 관객이 정말 소중합니다. 작품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베테랑2'로 관객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만나고 싶습니다. 나중에 제 영화를 보고 울고 웃었던 관객분들이 자식 세대에게 '예전에 황정민이라고 좋은 배우가 있었지'라고 말씀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소개를 받는 배우가 되는 게 유일한 목표입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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