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를 일깨우는 아시아 교양서

한겨레 2024. 9.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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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넓다.

동쪽 끝인 서울에서 마닐라는 네 시간, 자카르타는 일곱 시간, 두바이까지는 거의 열 시간이 걸린다.

지난주엔 인도 뉴델리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들러서 아시아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주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 저작권 시장'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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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아시아는 넓다. 동쪽 끝인 서울에서 마닐라는 네 시간, 자카르타는 일곱 시간, 두바이까지는 거의 열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 거리면 비행기가 없던 시절엔 하나의 대륙으로 묶어 부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끝에서 끝까지 오간 기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천년의 긴 시간 속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주에 뉴델리에서 만난 원로 출판인이 내 손에 쥐여준 책에는 허황옥이 신라로 건너온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비근한 예를 달리 찾을 길이 별로 없다.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이 정말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경계일까? 아시아가 담고 있는 광대함과 다양함을 생각하면 어쩌면 아시아는 지리적인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럽의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 유사성에서 벗어난 나라들의 모임일지도 모른다. 하긴, 그래서 유럽에서 아시아를 동양이라고 부르고 가장 먼 곳인 한국은 극동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출판협회는 19세기 말에 시작해서 1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당연히 처음엔 시민사회의 전통이 긴 유럽의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만들어온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출판의 자유와 저작권의 보호. 정부로부터 자율적인 조직인지가 협회 가입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저작권 보호는 보호할 것이 많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정책적 방향을 정해왔다. 아시아는 이런 기준의 바깥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의 나라들 중에서는 사회주의적 전통에서 출판 기업을 국가가 소유하거나 시민사회의 성장이 더뎌 정부와 독립적인 민간 조직이 전무한 곳들이 제법 있다. 이들은 협회에 가입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 나라의 출판인들과 함께할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저작권의 보호는 출판 산업의 근간이고 동력이지만, 뒤늦게 출판과 관련된 산업을 키워야 하는 나라들에는 보호를 넘어선 연대의 조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처지와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을 안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찾고 있다. 일본 도쿄를 찾아서 그곳에 도서전이 없는 일본의 출판인들에게 서울과 부산의 도서전을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본다. 대만의 출판은 누구보다 한국과 교류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따로 교류를 터볼 경로를 만들어보고 있다. 지난주엔 인도 뉴델리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들러서 아시아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주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 저작권 시장’에 참여한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나서는 필리핀이 야심 차게 준비하는 행사다. 특히 아세안으로 불리는 동남아의 출판인들이 많이 모여서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찾아 나설 때,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을 읽고 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유독 동남아에 대해서는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여행서의 화려한 그림은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경우가 많았고 진지한 연구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에 가서야 네덜란드가 350년이라는 긴 시간을 식민지배 했다는 것을 깨칠 정도로 무지한 내 앞에 등장한 구원은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땅과 바다, 그 위의 사람들이 펼치는 장대한 드라마를 재미없는 표지에 가두어놓았다. 안타깝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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