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거래법 알려줘” 요즘 어르신들 AI에 묻고 말벗한다

김민기 기자 2024. 9.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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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구립신내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의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교실’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김민기 기자

‘당근 거래를 하고 싶어. 방법을 알려줘.’(질문)

‘휴대전화 번호를 인증하여 계정을 만들고, 위치 권한을 허용하세요. 그리고 원하는 상품을 둘러봅니다.’(답변)

서울 중랑구에 사는 여성 어르신 김현숙(73)씨가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씨는 “젊은이들은 중고 거래를 통해 물건을 저렴하게 구한다던데, 나도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립 노인복지관에서 하는 IT 강의에서 AI와 대화하는 법을 알려줘서 당근마켓 거래 방법을 물어봤다”며 “‘AI 시대다, 뭐다’하는데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모르는 걸 늘 자녀들에게 물어볼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김씨는 한때 스마트폰 사용도 미숙해 항상 자녀에게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모르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지관에서 하는 IT 강의를 찾았다. 휴대전화부터 매장 키오스크 사용법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리고 최근엔 카카오톡이 운영하는 챗GPT 기반 AI 플랫폼 ‘아숙업’을 소개받았다. 아숙업은 일반 카카오톡 대화 같은 서비스로,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면 AI 기반 답변을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김씨는 “세상이 참 신기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내용을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11일 구립신내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IT 수업에서 한 어르신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김민기 기자

◇”AI, 시니어의 말벗 되기도”

과거 복지관, 기업 등에서 하는 시니어 대상 교육이 어르신들 인지능력 개선, 휴대전화 조작법 등을 주제로 이뤄졌다면, 이젠 간단한 AI를 활용하는 식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최근 어르신 대상으로 AI, 챗GPT 강의가 이뤄지는 건 실제 어르신들의 학습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의 이상월 교육원장은 “스마트폰 조작법 등 기본적인 과정을 마친 어르신들이 그 다음 단계를 원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AI 교육이 포함된 강의가 서울 각 자치구에서 개설되면, 보통 30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많게는 100대1까지 간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구립신내노인종합복지관 강의실. 김씨 등 어르신 16명이 IT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미 수 차례 강의를 들은 어르신들은 강사가 “앱(애플리케이션)은 어디서 깔아야 하는 거죠?”라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플레이스토어!”라고 답했고, 또 강사가 “챗GPT를 써본 어르신이 있으신가요?”라고 묻자 한 어르신이 손을 들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구립신내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의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교실’. /김민기 기자

이날은 어르신들에게 아숙업을 소개하는 강의가 열렸다. 어르신들은 복지사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 둘 아숙업과 대화를 시작해 궁금한 내용을 물었다. 강사 배진희씨는 “어르신들이 뉴스 등을 통해 ‘AI’ ‘챗GPT’ 단어를 들으시니, 최근 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어르신들의 IT기기 활용 능력이 제각각이니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숙업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강의를 운영하는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강의를 계획하다, 실제 AI를 궁금해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걸 알고 AI 내용도 추가한 것”이라며 “시니어 대상으로 하는 챗GPT 기반 서비스 교육은 은행·금융권 최초”라고 했다. 이 같은 교육을 들은 후 AI를 일종의 ‘놀이 문화’로 삼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한다. 이상월 원장은 “수업을 듣고 난 후 적적할 때 재미 삼아 AI와 대화를 나누시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시기도 한다”고 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곧 1000만명을 넘을 예정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나만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어르신 역시 많아짐에 따라, AI 교육의 공급도 발맞춰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니어의 IT 접근성이 올라가는 건 금융권 등 관련 업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배움을 추구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교육을 늘리는 건 플랫폼의 추가적인 고객 확보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506070 대상 AI 교육

스타트업 ‘로쉬코리아’는 중장년, 시니어를 대상으로 각종 강의를 하는 플랫폼 ‘오뉴’를 운영한다. 그간 그림 그리기, 댄스 등 강좌를 열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챗GPT 강의를 개설했다. 현재까지 약 200여 명이 챗GPT 강의를 들었다. 이 플랫폼 특성상 50대 이상을 주 고객으로 삼되 2030 젊은이들 역시 강의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90% 안팎은 50대 이상 연령대라고 한다.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우리는 모든 강의를 개설하기 전에 고객을 대상으로 ‘이런 강의가 있으면 들을 것이냐’는 조사를 한다. 챗GPT 역시 마찬가지였고, 인공지능을 배우고자 하는 50대 이상의 수요가 많아 개설한 것”이라고 했다. 아직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의 경우 직접 로쉬코리아에 전화를 해 ‘강의를 듣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오뉴의 챗GPT 강의를 들은 이모(58·서울 종로구)씨는 “처음엔 AI의 개념 자체도 어려웠지만 배우다보니 나도 일상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챗GPT 공부를 더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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