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교수 퇴임식…4년 전 별세한 교수에게 감사패 준 대학
지난달 29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8월 31일자로 퇴임하는 교수들의 정년·명예 퇴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엔 2019년 암투병 중 별세한 홍정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의 가족들이 왔다. 홍 교수는 살아 있었다면 올해 퇴임 예정이었다. 이에 한양대 측이 홍 교수 가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싶다”며 연락을 했다고 한다.
“고(故) 홍정표 교수님은 2006년 본교에 부임해 대학 발전에 기여하셨다. 교수님의 높은 덕망과 크나큰 업적을 오랫동안 기리기 위해 우리 한양인들이 감사의 뜻을 이 패에 모아 정표로 드린다” 감사패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이 감사패를 홍 교수의 아들 홍철종(31)씨에게 전달했다.
아들 홍씨는 “학교 측에서 감사패를 준다 길래 처음에는 ‘명예교수랑 동일한 감사패를 받는 것인데 괜찮을까?’하며 얼떨떨했다”며 “아버지는 제자를 가르치는 데 신경을 많이 쓰던 분이라 아버지 제자들과 함께 이 감사패를 봉안당에 올리겠다”고 했다.
홍정표 교수는 2006년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많은 제자들을 양성한 학자였다. 교수에 임용되기 전에는 LG와 삼성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고인은 전기 자동차 연구 분야의 권위자였다.
‘엄격하고 무서웠던 분’. 홍 교수의 제자였던 임명섭(37)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본인의 은사(恩師)를 이렇게 표현했다. 홍 교수의 제자로 고인이 생전 쓰던 연구실(정몽구미래자동차연구센터 416호)을 물려 받아 쓰고 있는 임 교수는 홍 교수 별세 후 공석이 된 교수직에 자원해 임용이 됐다. 임 교수는 “제자들 사이에서 논의 끝에 제가 대표로 정식 후임자가 됐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저의 스승님은 매일 밤을 새며 연구에 매진했고, 늦은 새벽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연구실을 찾아 어린 아이처럼 신나게 설명했던 진짜 학자”라며 “제자들에게도 엄격했지만, 본인 자신에게도 엄격했던 분이라 다들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연구실 학생 대표기도 했던 임 교수는 큰 수술을 받고도 제자들의 연구 보고를 받았던 스승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했다. “교수님이 한양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다음 날, 저에게 ‘보고하러 오라’고 하셨다”며 “병원 1층에 갔다가 온 몸에 호스를 달고 내려온 모습을 보고 눈물이 왈칵 났다”고 했다.
주변에선 “본인 건강을 위해 교수직을 그만두라”는 권유를 했지만, 고인은 “연구를 하지 말라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라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암이 악화되면서도 연구를 그만두지 않은 고인은 2019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인이 키워내 학계와 연구실에서 활약 중인 제자들은 매년 스승의 기일(1월 9일)에 유족들과 만나 봉안당을 찾아가고 같이 식사도 한다. 올해는 고인이 생전 썼던 논문을 모아 추모 논문집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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