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稅收) 1조짜리 세금에 당 명운을 거냐” 진성준 금투세 강경론에 민주당 내부서도 불만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투자소득세 내년 시행으로 기울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유예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당초 찬반 여부를 밝히지 않았던 의원들이 잇따라 ‘유예’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내년 시행 의견을 가장 적극적으로 개진해 왔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에 대한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진 정책위의장이 금투세 반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게 패착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지만 토론회 ‘찬성자’를 찾는 데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정책위의장 외에는 내년 시행 찬성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토론회 참석 의사를 밝힌 인사는 김영환·김현정·박선원·이강일·이연희 의원인데 박선원·이연희·김현정 의원은 유예 의견을 이미 피력했다. 이들 세 의원은 토론회에서도 유예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다른 의원들도 “보완하고 시행하자”는 의견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찬반 토론이 성립하기 어려운 대진표다.
당내 분위기가 유예 쪽으로 기우는 건 개미들의 반대가 거세서다. 개미들은 이재명 대표와 제도 강행을 주장하는 진 의장, 임광현 민주당 의원을 ‘금투세 3적’이라고 부르며 낙선 운동을 예고했다. 게다가 이 대표 블로그에는 게시글마다 비판의 글이 수만 개씩 달리고 있다. 대부분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칭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다.
당내에서도 이미 반발은 나온 바 있다.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세수 1조짜리 세금에 이렇게 목숨 거는 게 올바른 정무적 판단이냐”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의원 중에는 ‘정책 의원총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생중계 공개토론을 기다리는 게 능사도 아니다”라며 “내일이라도 정책 의총을 열어 가닥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어렵다면 추석 연휴 직후에 각자 지역에서 들고 온 추석 민심을 가지고 정책 의총을 하자”고 했다.
당내에서는 진 의장에 대해 “본인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당을 어렵게 한다”는 성토가 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 폐지, 기득권자들의 궤변에 속지 맙시다’, ‘금투세가 사모펀드 로비 때문이라고? 천벌을 받습니다’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오히려 개미투자자들의 반감을 자극할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그가 금투세 유예를 ‘부자감세’로 몰아간 게 패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금투세 도입할 때 패키지로 거래세도 내렸는데, 이런 점을 어필해서 ‘금투세는 수익 날 때만 내는 세금, 반면 거래세는 수익이든 손실이든 내는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금투세가 개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반대하는 개미들한테 “부자들한테 속지 마라”는 식으로 하니 화만 돋궜다”고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 지도부 또한 유예 의견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보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금투세가 이 대표의 대선가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금투세가 제2의 종합부동산세가 되면 안 된다”며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에는 종부세가 있었던 만큼 금투세도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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