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성한 의사들···의료대란 해결사 역할은 ‘글쎄’

민서영 기자 2024. 9. 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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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인요한 위원장(가운데)과 한지아 위원(왼쪽)이 지난 6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을 현장방문해 신현철 병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대란이 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사 출신 의원들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정치권 안팎에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안철수・인요한・한지아・서명옥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 총 8명이다.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대란이 일어난 시점이 지난 4・10 총선과 겹치면서 이들은 의료계와 정치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의료대란이 7개월째 장기화하면서 의사 출신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의정갈등의 중재 역할을 요구받는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재안으로 내놓은 ‘2026학년도 증원 유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제안이다. 안 의원은 2025년 정원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5월1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 교수 출신의 인요한 의원은 당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 의원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와 의료계 대표들이 꼭 나와서 같이 협의하자”고 호소했다. 인 의원은 최근 추경호 원내대표를 만나 의료개혁특위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2대 국회 입성 직전까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지냈던 한지아 의원은 의료계와의 실무적인 협상을 도맡고 있다. 한 대표가 추석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 의원은 의료계 참여 독려를 위해 물밑에서 여러 단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2일엔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함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만나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수석대변인이자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 대표의 의정갈등 중재안을 언론에 전하는 스피커 역할도 맡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정부, 여야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며 이들의 역할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참여 가능한 의료단체들만이라도 함께 해 추석 전에 조속히 협의체를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같은 주요 단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출범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은 어려워진 상태다. 의협은 지난 13일 의협회관에서 긴급연석회의를 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당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자에는 인 최고위원이 특정 환자의 수술을 부탁한 정황이 담겨있다. 인 최고위원은 환자가 지인이 아니며 집도의가 정해진 뒤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인요한 의원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수술 청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인 의원은 지난 5일 본회의장에서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라는 메시지를 누군가로부터 받고 ‘감사감사’라고 답신을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 의원은 “집도의가 이미 정해졌고 집도의와 아는 사이라 ‘수술 잘 부탁합니다’ 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료대란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여당 최고위원은 다 방법이 있었다.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다는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나 보다”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의료대란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였던 김윤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 피해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사과하실 생각이 없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내지 못하고 있다. 주위 의사 지인들을 통해 들은 병원의 상황을 전하며 ‘(응급실 인력이 부족하니) 추석에 생선전 먹지 마라’라는 식의 조언을 하는 게 전부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10년간 근무한 이주영 의원은 지난 9일 JTBC에 출연해 “이미 (응급 의료 상황에 대응할)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다“며 “저도 가족에게 하는 이야기가 ‘가급적 멀리 이동하지 마라’라고 한다. 혹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병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벌초도 가능하면 자제하면 좋겠다. ‘생선전 같은 거 드시지 마시라. 아이들 혼자 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친구들끼리 주고받을 정도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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