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수백만배 큰데?…스치듯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쌍 발견[사이언스 PICK]

윤현성 기자 2024. 9.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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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질량 블랙홀 2개가 불과 300광년 거리 두고 떨어진 모습 관측
은하 병합으로 가까워져…1억년 후 합쳐지며 전 우주적 영향 줄 듯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연구진 등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소를 활용해 2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불과 3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쌍의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태양보다 수십만~수백만배 크고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 2개가 종이 한 장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우주 생성 초기 비교적 흔했던 블랙홀 쌍을 발견한 것. 이번에 발견된 초대질량 블랙홀 쌍은 약 1억년 후 충돌, 융합하며 전 우주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연구진 등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소를 활용해 2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불과 3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블랙홀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초대질량 블랙홀은 그 질량이 최소 태양의 수십만~수백만배에 이른다. 대부분의 주요 은하들은 중심부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그 이름에 걸맞게 막대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각 블랙홀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블랙홀 쌍들이 발견되곤 했지만 이들도 최소 수만 광년 이상씩은 떨어져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초대질량 블랙홀 2개 사이의 거리인 300광년은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상상 이상으로 가까운 거리다. 태양계가 위치한 우리은하의 지름만 해도 약 10만 광년 수준이고,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도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NASA는 이번 발견이 '아주 우연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을 진행하던 도중 'MCG-03-34-64' 은하 속 아주 작은 영역에 빛나는 산소 가스가 과도하게 집중돼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관측 결과가 뭔가 희귀한 현상이 일어나는 증거라고 보고 추가 관측에 나섰다. 연구진을 이끈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트린다지 팔카오 박사는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측 결과는 근처 우주에서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은하 내부에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MCG-03-34-064 은하의 가시광선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연구진은 찬드라 X선 관측소를 통해 같은 은하를 X선으로 관측했다. 그 결과 허블로 본 밝은 가스 밀집 지역과 같은 곳에서 고에너지를 방출하는 2개의 강력한 원천 지점을 발견하게 됐다. 이같은 관측, 연구 결과 은하 내에 거대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초대질량 블랙홀쌍은 강력한 라디오파까지도 방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팔카오 박사는 "광학, X선, 라디오파에서 밝은 빛이 관측되면 많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며 "종합해보면 결국 이는 서로 가까운 블랙홀들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조각들을 모으면 활동 은하핵(AGN) 쌍의 모습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팔카오 박사가 언급한 AGN은 비정상적으로 은하 중심 핵이 밝은 은하들을 지칭한다. 과도하게 밝은 핵은 주로 초대질량 블랙홀 주위에 가스가 몰려들어 강착원반이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착원반이 마찰열에 의해 뜨겁게 가열되면서 강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 2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원래 각기 다른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했으나 두 은하가 병합하면서 블랙홀끼리도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초기 우주에서 은하 병합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같은 AGN 쌍이 더 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십억년 전에 흔하게 나타났던 천문 현상을 현재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은하 병합으로 인해 두 초대질량 블랙홀이 가까워진 만큼 블랙홀 간 거리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최종적으로는 약 1억년 후 두 블랙홀이 완전히 합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거대한 두 천체가 융합되는 만큼 전 우주의 시공간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를 통해 항성 수준으로 무거운 블랙홀들이 병합될 때 발생한 중력파를 수십차례 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초대질량 블랙홀 수준으로 거대한 천체들이 병합될 때 발생하는 긴 파장의 중력파는 LIGO로 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은 차세대 중력파 탐지기인 LISA(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를 2030년대 중반에 발사해 보다 긴 파장의 중력파 포착에도 나설 계획이다.

팔카오 박사는 "허블의 놀라운 해상도 덕분에 은하의 정밀한 부분들까지 볼 수 있었다"며 "허블과 찬드라 관측소의 X선의 관측 조각들을 모은 결과 우리는 2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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