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직 부시장 해외 출장비 두고 “가짜뉴스” vs “고소하라” 설전 [강승우의 뒤끝작렬]
며칠 전이었습니다. 갑자기 기자실 제 옆자리에 있던 후배 기자가 유튜브 영상을 보더니 저보고도 빨리 보라고 보채더군요.
이 유튜브 영상은 경남 창원시의회 제137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 생중계였는데, 마침 아주 흥미진진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번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진형익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조명래 창원시 제2부시장을 상대로 하는 시정질문 차례가 왔고, 둘이 서로 몇 번 합을 주고받자 순간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진 시의원이 조 부시장의 해외 공무 출장비를 지적하면서 시의회 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진 시의원은 최근 10년 동안 창원시 제2부시장의 해외 출장 현황을 공개하며 민선 8기 현 조 부시장의 해외 출장 예산이 역대 부시장들보다 많다고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진 시의원이 공개한 내역을 보면 △민선 6기 김충관 부시장 5차례, 1917만3000원 △민선 6기 유원석 부시장 2차례, 2169만6000원 △민선 7기 이현규 부시장 5차례, 2644만4000원인 반면 조 부시장은 4차례, 1억2654만4000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진 시의원은 민선 8기는 민선 6기의 약 6배, 민선 7기의 약 5배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지적했습니다.자신의 지적이 괜한 트집이 아니라는 게 진 시의원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조 부시장은 작정이라도 한 듯 답변하는 내내 진 시의원의 이 같은 지적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맞받아쳤습니다.
해명을 넘어 항변하는 조 부시장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시의회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가 됐습니다.
◆공무 수행단 전체 비용일 뿐, 1인으로 한정하면 훨씬 적다는 부시장
시종일관 “가짜뉴스”라던 조 부시장의 반박은 큰 틀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여태껏 부시장으로서 다녀온 해외 출장비가 1억원이 넘지만 이는 공무 수행을 포함한 공무원들 비용까지 포함한 수치일 뿐, 자신 1인으로 한정하면 대폭 줄어든다는 게 조 부시장의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본인 혼자 다녀온 출장비가 1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하는 것 같아 “가짜뉴스”라고 따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조 부시장은 “의회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곳이냐. 저한테 확인을 구했냐”면서 “집행부가 잘못한 것은 제가 확인해서 누가 동조했는지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습니다.
조 부시장의 호통이 엄포가 아니었나 봅니다.
시정질문이 끝난 후 조 부시장의 해외 출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진 시의원의 시정질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문을 냅니다.
이 부서는 “제2부시장의 출장 예산은 총 인원 22명이 함께 지출한 금액이며 (부시장) 개인으로는 2253만5750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2부시장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실무진과 함께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15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면서 “그럼에도 진 시의원은 마치 제2부시장 개인이 출장예산을 모두 지출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주장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옵니다. 애초 진 시의원에게 관련 자료를 준 부서이기에 ‘한 입 가지고 두 말한다’고 말이죠.
조 부시장은 “공무 국외 출장은 출장지, 출장기간 등 객관적 기준에 의거 판단해야 함에도 서식대로 제출된 자료 내용을 가지고 개인 비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집해 대외적으로 공표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진 시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진 시의원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해당 부서의 반박문에 대한 재반박문을 내면서 장외 설전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진 시의원은 “조 부시장은 해외 출장 예산을 본인 1인으로 한정하면 2253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부시장의 본인 1인 해외 출장비 2253만원은 역대 부시장의 수행단을 포함한 해외 출장비와 맞먹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해외 출장비 총 소요예산을 총 인원으로 나눈 1인당 비용으로 보더라도 유원석 부시장 때는 309만9428원, 김충관 부시장 때는 159만7750원, 이현규 부시장 때는 146만9111원인 데 반해 조 부시장 때는 703만222원으로 다른 역대 부시장 때보다 많다는 겁니다.
진 시의원은 “시의원 의정활동에 대해 공직자의 태도로 협치에 이르려 노력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부시장의 품격에 기함할 수밖에 없다”며 “본인을 지적한다는 상황에 감정적으로 몰두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부시장의 모습을 보면 시민들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진 시의원은 “제가 개인 비방을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면, 창원시에서 공식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성토했습니다.
이번 기사를 정리하면서 이날 회의록을 살펴보니 3시간가량 진행된 시정질문에서 ‘가짜뉴스’ 단어가 총 28번이 나왔습니다. 그 중 22번이 진 시의원과 조 부시장의 설전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임시회가 가짜뉴스 타령으로 얼룩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짜 ‘가짜뉴스’가 맞는지,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제가 본 이번 창원시의회 임시회 영상을 더 많은 시민들이 보셔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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