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우리 반 민폐" 쪽지 낭독한 교사…명예훼손일까?[죄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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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설치된 건의함에 들어있던 한 학생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교실에 설치된 건의함에 들어 있던 쪽지를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과 모욕의 고의가 없었으며, '민폐'라는 용어의 일반적 의미를 고려할 때 이를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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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교사가 학생들 모두 모였을때 낭독
재판 과정서 "모욕할 고의 없었다" 주장
1심 벌금 50만원…항소했으나 원심 유지
"사회통념에 비춰 명예훼손·모욕 인정돼"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교실에 설치된 건의함에 들어있던 한 학생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 담임교사가 이를 반 학생들 앞에서 소리 내 읽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인 A씨는 지난 2022년 교실에서 학급 건의함에 들어있던 쪽지를 낭독했다.
쪽지에는 'B는 우리 반 민폐야, 너 그러는 거 아무도 안 좋아해' 'B는 수업 시간에 코를 파서 먹음'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고, A씨는 이를 반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읽었다.
A씨는 B 학생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교실에 설치된 건의함에 들어 있던 쪽지를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과 모욕의 고의가 없었으며, '민폐'라는 용어의 일반적 의미를 고려할 때 이를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 목적에서 학급 건의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쪽지를 읽은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쪽지에 적힌 내용은 피해 학생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으로, 그 자체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며 "특히 '민폐'라는 용어는 '주변인들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멸적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피해 학생이 그 즉시 쪽지를 찢어 불쾌감을 표시하자 오히려 피해자에게 '왜 장난인데 진지하게 굴어'라며 비난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지적하며 A씨에게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1심 판결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이수민)는 최근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이 사건 명예훼손 및 모욕의 내용이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우리 반 민폐'라는 표현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그 자체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나타내고, 이는 '너 그러는 거 아무도 안 좋아해'란 피해자에 대한 적대적 표현이 바로 이어지는 것을 봐도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서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원심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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