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북한에선 '금지된 명절'→하루 쉬려면 '일요 근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추석 풍습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는 이번 추석 연휴 이후 평일 이틀 간 휴가를 쓰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반면 북한의 추석 연휴는 단 하루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추석 때 쉴 경우 대신 주말에 일해야 한다.
15일 국내 탈북민단체 등에 따르면 대다수 북한 주민은 오는 17일 추석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참배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친척들과 만나 성묘와 벌초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은 있지만 추석 휴일은 당일 하루에 그친다.
한 탈북민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석은 당일 김일성·김정일에 참배하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한다"며 "폭죽쇼나 대규모 행사를 여는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생일)·광명성절(2월16일·김정일 생일)과 달리 추석은 가볍게 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나라는 수확의 계절을 맞이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듬해 풍년을 기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추석을 명절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금지된 명절'이었다.
1967년엔 '봉건 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추석을 비롯해 민속 명절을 폐지했다. 북한은 노동자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로, 봉건제와 같이 토지 소유자와 농민의 지배·예속 관계는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북한 정권은 사회주의를 대체할 지배 담론으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세웠다. 민족의 이름으로 자력갱생하겠다는 주장으로 1988년부터 추석, 설날 등을 다시 명절로 지정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부턴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으며 민족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명절에 한복을 입고 전통 음식을 먹는 등의 민속 활동을 장려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이 경제적·대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태세를 일컫는다.
북한은 민족 명절인 추석에 하루 쉬지만 추석을 전후한 일요일에 나가 하지 못한 노동을 하는 '대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국가 명절'인 태양절과 광명성절에는 북한 주민들 모두 이틀 간 휴식할 수 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북한 사회는 홍수 피해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7월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에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1000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집이 잠기면서 자강도 등에는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최근 '부닥치는 난관을 웃으며 헤쳐 나가자'며 고난의 행군 시절과 유사한 구호를 앞세우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 등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핵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 1월14일 처음 시작됐고 벌써 9번째다. 이외에도 북한은 순항미사일을 6번 발사했다. 올해 탄도·순항미사일 발사만 총 15번 자행했다.
또 지난 5월부터 쓰레기풍선을 총 19번 살포했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인근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등의 도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남북 접경지역 인근에선 대북확성기 방송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대남확성기를 설치하고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소리를 흘려 보내 인천 접경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7월21일부터 최전방 전선 지역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전면 재개했다. 그동안 방송에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한국행,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군을 향해선 "지옥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 등도 송출됐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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