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부동산 부양, 제조업 망친다”…미 국립경제연구소의 경고
AI 요약
*부동산 투기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 발표됨
*부동산 부문으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이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밀어내는 ‘구축 효과’ 발생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나 저금리 정책과 같은 신용 확대 정책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 마찰’로 인해 자금이 부동산 부문으로 쏠리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어
*저금리 환경에서 부동산 투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어 생산적인 투자가 줄어들어 장기적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전체 신용을 늘리는 것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
부동산 투기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한 자금이 유되면 제조업 등으로 가야할 생산적인 투자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정책도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린다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커보인다.
부동산 대출규제완화, 저금리 정책...오히려 경제 망칠 수도
11일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의 ‘신용, 토지 투기 및 장기적인 경제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나 저금리 정책과 같은 신용 확대 정책이 오히려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결과로, 많은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토모히로 히라노(Tomohiro Hirano)와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가 수행한 이 연구는 신용 확대가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제조업과 부동산 두 부문으로 구성된 경제 모델을 설계하고, 각 부문으로의 자금 유입이 장기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연구 결과, 부동산 부문으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은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설명했다. 구축 효과란 한 부문의 투자 증가가 다른 부문의 투자를 감소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히라노 연구원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결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로 제조업 투자 줄어드는 ‘구축효과’ 발생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많은 국가에서 관찰되는 현상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에서는 부동산 대출이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제조업 등 다른 부문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결국 이는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이후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도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 ‘금융 마찰(financial friction)’을 지목했다. 금융 마찰이란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나 계약 집행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제조업 투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스티글리츠는 “금융 마찰로 인해 자금이 부동산 부문으로 쏠리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제조업 등의 부문이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또한 저금리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저금리 정책은 투자를 촉진해 경제 성장을 이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저금리 환경에서 오히려 부동산 투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히라노 연구원은 “저금리 정책이 항상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활성화되면, 생산적인 투자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하는 ‘금융마찰’도 유의해야
이러한 연구 결과는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신용 확대 정책을 실시할 때 자금이 어느 부문으로 흘러가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동산 부문으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전체 신용을 늘리는 것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는 또한 ‘동태적 비효율성(dynamic inefficiency)’이라는 경제학의 오래된 퍼즐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다. 동태적 비효율성이란 이자율이 경제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 경제 이론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많은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연구진은 금융 마찰과 부동산 시장의 존재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히라노 연구원은 “우리 모델에서는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낮더라도,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의 수익률은 여전히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경제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일치한다.
이 연구 결과는 경제학계에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연구가 기존의 거시경제 모델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금융 마찰을 명시적으로 고려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는 “이 연구는 부동산 시장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요소들을 더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데이론 애크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는 “이 연구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모든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각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산적인 부문에 돈이 흘러가야 경제성장 가능하다
이번 보고서는 많은 국가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같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고민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생산적인 투자 촉진이 균형을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Hirano, Tomohiro, and Joseph E. Stiglitz. ”“Credit, Land Speculation, and Long-Run Economic Growth.”“ Working Pap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2024.
<AI가 ‘픽’한 기사>는 지식 컨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로벌 기관의 논문과 보고서를 확보한 뒤 이를 재가공해 제공한 것으로 박병률 경향신문 콘텐츠랩부문장이 최종 데스킹했습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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