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단 전기차 'EREV', 배터리업계 구원투수 될까
중국, EREV 시장 견인 중…"외형 성장·수익 다변화 기회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가 최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양산 계획을 공식화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향후 EREV의 보급·확산이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상품성에 대한 검증이 숙제로 남아 있긴 하지만, 향후 EREV 시장이 확대되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REV는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현대차 외에도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EREV는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엔진, 모터, 배터리 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구동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이브리드차가 엔진과 모터 모두 바퀴와 연결돼 구동에 개입한다면, EREV의 엔진은 전기모터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용도로만 쓰인다. 다시 말해 EREV는 전기차처럼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승차감과 정숙성은 전기차와 유사하지만 주행 가능 거리가 대폭 늘어 충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배터리 탑재량이 순수 전기차(BEV)의 50∼70% 수준이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EREV용 배터리로 기존 배터리셀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셀을 개발·양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려면 거액의 연구개발(R&D)과 양산체제 구축 비용이 발생하지만, EREV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REV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2026년 말부터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 8만대, 중국 시장 3만대 등 연간 총판매 목표는 11만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EREV에 대해 900㎞ 이상의 항속거리, 충전 스트레스 부재, 전기차 주행 감성 구현, 전기차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EREV는 주유와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주행가능거리 관련) 불편도 적고, 전기차보다 가격도 낮다"며 "하이브리드차의 수익성과 전기차의 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REV 시장을 견인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EREV 판매량은 지난해 이미 60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1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서 양산 중이거나 개발 중인 EREV 모델은 20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EREV 대표주자인 리샹(리오토)은 지난해에만 총 38만대에 달하는 EREV를 판매했다.
주력 모델인 L7(13만대), L8(12만대), L9(11만대) 등이 고른 판매량을 보였다.
리오토의 L시리즈 EREV는 40.9∼44.5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주행 거리가 최대 1천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창안자동차와 아이토가 각각 12만대, 9만대를 판매했고, 립모터, 둥펑자동차 등도 1만대 이상 판매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EREV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램은 EREV 픽업트럭 램차저1500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말 지프 웨고니어를 EREV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드의 경우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대표 상용 밴 트랜짓의 EREV 버전 주문을 받고 있으며, 내년부터 고객 인도를 개시할 계획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EREV라는 선택지가 열려 있으며 대중이 원하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적극 채택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EREV 관련 시장이 연평균 약 20%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1년에는 5천18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가지 구동계를 동시에 갖춰 차체가 무겁고 차량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점, 소형 차량보다는 중대형 차량에 적합하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BEV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BEV의 보완점으로 꼽히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수요만 충분하다면 외형 성장과 수익 다변화의 기회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성장세 둔화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전동화 수순의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하나의 선택지가 더 늘어난 셈"이라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사이에 EREV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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