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미끄럼을 타고 있다. 6만원대로 추락한 주가는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삼성전자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도 만만치 않은데,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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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뱅크오브아메리카, 삼성전자 투자의견 '매수→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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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재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11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기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낮췄다.
BoA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이 현재 역사적 최저치인 1.1배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어닝 미스 △낮아진 영업이익 전망 △불안한 시장 지위에 따른 평가절하 가능성 등을 감안해 투자의견을 낮췄다고 밝혔다.
우선 BoA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전망 및 컨센서스(13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9조9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보고서는 높아진 비용을 지목하고, 3분기 1조4000억원 수준의 특별 보너스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BoA가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분기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BoA는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4분기 9조7000억원 △2025년 1분기 8조8000억원 △2분기 8조5000억원 등 10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뒷걸음질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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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반도체... 메모리 업황 불투명, HBM 경쟁력 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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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무엇보다 삼성전자 실적을 좌우하는 반도체 사업이 불안해 보이기 때문. 일단 메모리 업황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BoA는 올해 말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시작돼 내년 초 심화되고, 중순까지도 회복되지 못한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D램 평균 ASP는 △4분기 -5% △2025년 1분기 -5% △2분기 -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상황이 안 좋더라도 경쟁자를 압도하는 강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세계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특기'였다. 하지만 현재 강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경쟁사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BoA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하향조정했지만 '매수' 등급을 유지한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 자리를 굳힌데다 D램도 견고한 ASP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견조한 출하량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eSSD는 여전히 주로 TLC(트리플 레벨 셀) 낸드에 기반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입증된 QLC(쿼드 레벨 셀)을 기반으로 eSSD가 전체 낸드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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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는 내년에도 적자"..."비반도체 영역도 경쟁사가 더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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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파운드리는 내년에도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BOA는 "삼성전자가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노드 기술을 잘 개발했음에도 불구,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 루빈을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골든 포트폴리오'가 무너진 것에 우려한다. 그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및 TV 등으로 구성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군은 한쪽 사업이 어려울 때 다른 쪽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후 적절한 포트폴리오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효력을 잃었다.
BoA는 "2025년 하반기에도 파운드리 부문의 손실이 지속되고, 비반도체 사업(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가전)의 성장 속도도 둔화될 전망"이라며 "(다른 사업들이) 메모리 부문의 실적 미달을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LG전자, LG이노텍, 삼성SDS가 삼성전자의 비반도체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한다"며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이미 업사이클의 영업이익을 증명했고, LG이노텍과 삼성SDS는 2024년 하반기 및 2025년에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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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도 줄줄이 '목표주가 하향' ..."과거의 삼성이 아니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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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각은 국내 증권사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읽힌다. 9월 들어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 중 9곳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췄다.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은 DS(디바이스 솔루션·반도체 부문) 성과급 충당으로 일회성 비용 발생 및 환입금 규모 축소에 따른 '3분기 일시적 실적 둔화'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날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0만2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낮추고, "삼성전자가 다운사이클에서 취약한 반도체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사업 구조가 수요 측면에서 모바일, 고객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형태인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연말까지 강한 재고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어 DS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과거의 삼성전자답지 않은 현재의 삼성전자는 답답하다"며 "분명 개선은 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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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 변화' 필요성...이재용 회장 '리더십' 요구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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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본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IR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지난 8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 로드쇼를 포함해 총 8건의 IR행사에 참여했다. 올들어 총 20회 이상 IR활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올들어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87% 내린 6만4400원으로 마감,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업 실적과 전망, 즉 '펀더멘털'이 받혀주지 못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시장의 우려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서 책임을 지고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에게 책임을 미뤄둔 채 사업장에 가서 현황을 점검하는 정도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