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 ♥..임영웅·송가인 'YOUNG 트로트', 세계로 향할까 [창간20주년]
그러나 대중음악 황금기였던 90년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댄스 음악과 유재하, 이문세 등이 부른 팝 발라드 음악이 가요계에 주를 이루며 트로트는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소비하는 장르로 굳어져 이른바 '성인 가요'로 국한됐다.
그렇게 장윤정은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짠짜라', '이따 이따요', '장윤정 트위스트' 등으로 대중성을 저격,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전국 각지를 누비며 '행사의 여왕'이라 불린 그는 1년에 10km 정도를 돌아다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비 역시 중형차 한 대 값으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트로트 가수 최초로 대규모 중국 투어 콘서트를 열며 K 트로트 알리기에 앞장섰다. 중국 대련을 시작으로 북경, 청도, 상해 광주 등 5곳을 돌며 트로트의 한류를 이끌었다. 더불어 미국 뉴욕 퀸즈 칼리지 콜드센터를 시작으로 시카고 알카다 씨어터, LA 슈라인 오디토리엄 등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를 나서기도 했다.
이제는 트로트계 여왕이라 불리며 데뷔 25년 차를 맞은 장윤정. 지난 4월 '트롯뮤직어워즈 2024'에서 생애 첫 대상을 받으며 "좋은 노래 부르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남긴 그는 여전히 명실상부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또한 장윤정의 뒤를 이어 박현빈과 홍진영 등이 댄스와 EDM이 결합한 다양한 느낌의 음악을 선보이며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 나갔다.
'미스트롯'은 '전국 노래자랑', '가요무대'가 전부였던 트로트 방송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최종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이라는 가수의 재발견, 대형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송가인은 7년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 '미스트롯'을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그의 인기는 오랜 기간 다져온 실력은 물론 무명으로 힘들었던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판소리를 전공해 단단한 가창력을 보유한 그는 세미 트로트와 정통 트로트 오가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소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송가인은 각종 예능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인기를 자랑했다. 그가 방송에 떴다 하면 시청률 1위까지 견인,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팬을 거닐게 되면서 트로트 가수 최초로 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팬덤 커뮤니티와 연계한 NFT 거래 플랫폼을 활성화해 송가인과 관련된 디지털 아트부터, 디지털 굿즈와 라이브 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 열풍에 음원사이트에서는 트로트 차트가 신설되기도 했다. 당시 지니뮤직 측은 "트로트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과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국민 MC 유재석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트로트 장르의 음원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우승자 임영웅뿐만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최종 TOP7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에 함께 출연하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김호중을 제외한 TOP6는 1년 6개월 동안 매니지먼트 뉴에라프로젝트와 계약을 맺어 각종 활동을 함께 하며 아이돌 그룹을 연상케 했다. 아이돌의 전유물이었던 팬덤 문화를 이들이 트로트로 확산시켜 전국을 트로트로 열광하게 했다.
미(美)를 차지하며 정식 데뷔한 이찬원은 가수 이성우의 '진또배기'를 맛깔나게 부르며 '찬또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첫 싱글 '편의점'을 발매하고 음악방송 첫 1위를 기록, 미니 2집 '브라이트; 찬(bright;燦)'으로 음악방송 1위를 수상했다. 특히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17년 만에 트로트 가수로서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직접 작사, 작곡한 '참 좋은 날'을 발표해 음악성까지 인정받았다. 또 그는 남다른 입담으로 현재 각종 예능프로그램 MC를 맡으며 활약 중이다.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역시 음악. 예능을 비롯해 뮤지컬, 연기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단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진(眞) 임영웅이다. 그는 이전과는 또 다른 트로트 시대, '영웅시대'를 형성하며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보적이다.
임영웅은 우승자 특전곡인 '이제 나만 믿어요'를 시작으로 '히어로(HERO)', '두 오어 다이(Do or Die)'를 비롯해 최근 발매한 '온기'까지, 발매했다 하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트로트뿐 아니라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이를 통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팬층을 확보,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트로트 스타들의 다양한 활약으로 이제는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K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박지현, 최수호, 김태연, 김다현, 오유진 등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는 영 트로트 스타의 탄생은 향후 트로트 발전에 더 큰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트로트 장르에도 발을 들이며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TV조선이 트로트 아이돌 그룹 T5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T5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일본인 출신 K팝 글로벌 연습생, 배우 등 재능과 끼를 갖춘 다섯 멤버로 구성돼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독립 법인 자회사 이닛(INNIT)엔터테인먼트를 통해 K팝 아이돌은 물론 트로트에 재능 있는 신인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연 대형기획사와 트로트의 만남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대형 트로트 스타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허지형 기자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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