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줄까, 1달러 줄까…'요지경' 환율

조현영 기자 2024.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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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1달러…어제는 1382원, 오늘은 1363원?!

● 돈을 바꾸는 기준, 환율

전 세계 여러 나라는 각각 다른 돈을 씁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돈의 단위는 '원'이지만 미국에서는 '달러', 중국에서는 '위안', 일본에서는 '엔'화를 써요.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그 가치도 제각각 달라요. 우리나라 돈을 1달러로 바꾸려면 약 1363원을내야 하고 1위안으로 바꾸려면 약 188원을 내야합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돈을 다른 나라 돈으로 교환할 때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합니다.

1달러 환율. 퍼블릭도메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각 국가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환율을 정합니다. 크게 고정환율제도, 자유변동환율제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고정환율제도는 정부 또는 한 나라의 돈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 중앙은행이 환율을 일정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게 정하는 방식입니다.

'1달러는 우리 돈으로 1000원'이라고 정하고 고정된 액수로 거래합니다. 환율이 크게 바뀌지 않으니 안정적이지만 경제 상황이 갑자기 변할때 정부가 쉽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변동환율제도는 돈을 사려는 수요, 돈을 팔려는 공급에 따라 환율이 바뀝니다. 환율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지만 경제 상황이 갑자기 변할 때는 환율도 같이 변하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우리나라는 두 제도의 특징이 섞인 다양한 제도를 쓰다가 1997년 이후 변동환율제도만 쓰고 있습니다.

나라별 빅맥 가격(2024년 7월 기준). 어린이과학동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도를 쓰는 나라에서는 각 중앙은행이 환율을 정해요. 각 나라의 경제 사정, 전쟁 등 국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에 따라 매 초마다 환율이 조금씩 바뀌어요. 단 환율이 무조건 높거나 낮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 안에서 오르내릴 때가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 외국에 파는 수출업체는 환율이 오를수록 많은 이익을 얻는다. 똑같이 1달러를 써도 더 높은 값어치의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인기 1등 화폐, 달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안전한 나라의 안전한 돈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15위 안에 들 정도로 경제력이 강해요. 하지만 산업에 필요한 석유 등의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고 북한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 원화는 투자자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돈인 달러는 투자자들이 매우 선호하고 실제 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합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고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칠 확률이 적다는 생각 때문이죠. 따라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확률이 적은 미국의 돈을 많이 사들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미국 돈으로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달러가 인기를 끌면 우리나라의 원화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돈은 가치가 떨어집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오르면 경제와 사람들의 생활이 위태로워져요. 이러한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물가가 계속 올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기 어려워집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없어진 베네수엘라의 길거리. 베네수엘라 돈인 '볼리바르'가 바닥에 버려져 있다. VOA(W) 제공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물건은 많지만 이를 살 수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 공황 이후 전 세계에 일어난 경제 침체 현상이 대표적인 디플레이션이에요. 물건 값이 저렴해져도 소비자들이 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면 기업의 손해가 커집니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나라의 경제 전반이 흔들립니다.

○ 원화 줄게, 달러 다오

인천국제공항 국민은행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 국민은행,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1분 1초 다른 환율과 수수료

사업가나 투자자는 다른 나라의 물건을 사거나 외국 회사와 거래하기 위해 돈을 바꿉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원화를 자신이 갈 나라의 돈으로 바꾸곤 해요. 이처럼 돈을 다른 나라의 돈으로 바꾸는 행위를 환전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도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통장과 여권이 있으면 은행에서 직접 환전을 할 수 있어요. 환전하는 돈의 가격은 환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1363원이라면 우리 돈 100만 원은 약 733달러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환율이 올라 1달러를 사는 데 1500원이 필요하다면 100만 원으로 바꿀 수 있는 돈은 약 666달러로 줄어듭니다. 이처럼 겨우 몇십 원, 몇백 원인 환율 차이가 환전할 때는 큰 가격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환전을 할 때는 은행 등 환전소에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수수료는 외국에서 돈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에요. 그래서 같은 외국 돈이어도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달라집니다.

수수료는 미국 달러처럼 거래량이 많은 돈일 때 비교적 적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드문 돈일때는 훨씬 더 높아요. 어떤 은행에 가는지, 내 금융 활동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수료를 낸다고 돈을 무제한으로 환전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개인이 환전할 수 있는 금액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1만 달러 또는 그와 비슷한 금액의 외국 돈을 바꾸려고 할 경우 국세청에 이유를 설명하고 신고해야 돈을 바꿀 수 있습니다.

환전수수료의 원리. 동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이렇게 환전하는 금액을 통제하는 이유는 돈의 쓰임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서입니다. 범죄에 관련된 돈이 오가는 걸 막고 또 나라에 외국 돈이 심각하게 부족할 경우 빠져나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환전 한도를 다시 설정하기도 합니다.

이재득 부산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공산주의 국가나 개발도상국가는 국내의 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한다"며 "우리나라처럼 거래가 자유로운 국가는 환전 한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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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9월 1일, 1000원 줄까, 1달러 줄까…돈 바꾸기 대모험

[조현영 기자 4ever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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