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라서'…과학자들 한목소리로 대유행 예견한 이 병은?

권영미 기자 2024.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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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돼지·소로 점차 확산하며 인간 위협
역사적으로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등 100년간 수차례 유행
지난 2020년 히가시카가와시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당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투입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감염병이 조만간 또다시 인류를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팬데믹은 인플루엔자가 일으키는 '플루데믹'(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될 것이며 사망률도 최대 50%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전지구적 창궐과 그럼에도 팬데믹에 대한 주의 수준이 낮아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부터 과학자들은 '질병 X'(disease X)라고 부르는 예기치 못한 질병이 지구를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질병 X는 전염병이나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감염성 질환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붙인 이름이다.

과학자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그렇게 덮친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겼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또 다른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플루로 줄여 부르기도 함)인데, 변신의 귀재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X를 막기 위한 팬데믹 감시 목록에 흑사병, 조류 인플루엔자, 엠폭스를 추가했다. 이로써 총 24개 질병이 이 목록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이 목록은 WHO가 필요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질병 X가 발생할 경우 과학자들이 신속하게 백신을 서둘러 내놓게 하기 위해서다.

인플루엔자를 걱정한 조사는 앞서 또 있었다. 지난 4월 발표된 국제 조사에 따르면 총 187명의 선임 과학자 중 57%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음 세계적 치명적인 전염병 발병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매체 옵서버에 따르면 조사를 수행한 쾰른 대학교의 존 살만톤 가르시아 교수는 장기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돌연변이한 점 때문에 가장 강력한 질병 X 후보가 됐다고 했다. 그는 "매년 겨울 독감(인플루엔자)이 나타난다. 이러한 발병을 작은 팬데믹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독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되지만, 반드시 영원히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자의 21%는 과학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특정할 수 없는 어떤 바이러스가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것으로 보았다. 15%는 여전히 코로나19를 걱정했고 라사, 니파,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는 응답자의 1~2%만이 심각한 세계적 위협으로 평가했다.

익숙하고 흔한 바이러스지만 인플루엔자가 많은 표를 받는 이유는 최근 100년 사이 4번 이상 크게 유행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전력도 한몫 한다.

1918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은 H1N1이라는 치명적인 인플루엔자 하위 유형이 일으켰다.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였고, 약 2년 후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1957년에 또 다른 치명적인 인플루엔자 하위 유형(독감 A 바이러스 하위 유형 H2N2)이 '아시아 독감' 유행을 일으켰고 1968년에는 소위 '홍콩 독감'이 발병했다.

홍콩 독감은 H2N2에서 유래된 독감 A 바이러스의 H3N2 바이러스가 일으켰다. 아시아 독감과 홍콩 독감으로 약 200만 명이 각각 사망했다. 2009년에는 H1N1 돼지독감(신종플루)이 유행해 수십만명이 죽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인플루엔자는 최근 몇 년간 조류인플루엔자 형태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H5N1, H5N3, H5N8 등 여러 하위 유형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중 H5N1은 2020년부터 돌기 시작해 야생 조류가 대규모로 죽었고 수많은 가금류가 이 병에 걸려 죽거나 예방 차원에서 도살됐다. 최근에는 포유류, 특히 가축에게도 번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더 많은 포유류 종을 감염시킬수록 인간에게 위험한 균주로 진화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게 과학자들의 말이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에드 허친슨은 소에서 H5N1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돼지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수 있지만 최근까지는 소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소의 감염은 충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인간으로선 처음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H5N2에 감염됐던 50대 멕시코 남성이 사망한 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국장을 지냈던 로버트 레드필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력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 팬데믹은 일어날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코로나19보다 인간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하면서 "아마도 사망률이 25~50% 사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지난 6일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WHO가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체감염 대유행을 경고하며 중점 과제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한 것인데 가을철을 앞두고 신·변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비축과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자는 내용이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피해 규모 예측 역시 무시무시했다. 전파율과 치명률이 높다고 가정했을 때 따로 방역하지 않을 경우 111일 만에 유행 정점을 찍고 300일 안에 최대 41.8%의 인구가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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