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손 안벌려 좋아" 월 15만원 농촌기본소득 '연천의 실험'
죽어가던 상권에 미용실·고깃집 생겨…인구 유지 효과도
(연천=뉴스1) 양희문 기자 = "손주들 까까도 사주고, 자식들한테 신세 지지 않고 병원도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매달 15만원씩 지급하는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연천군 청산면이 변화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죽어가던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주민들은 정을 다시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매달 15만원…고물가 속 한시름 덜어
고물가 여파로 어느 때보다 부담되는 추석연휴지만, 연천군 청산면 주민들은 한시름 덜었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선정돼 매달 15만원씩 지원되기 때문이다. 큰돈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먼 길을 달려 찾아온 자식과 손주들에게 정성을 담은 음식을 내어줄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청산면 궁평리에서 만난 김 모 할머니(70)도 가족들을 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들떠 있었다. 김 할머니는 농촌기본소득 덕분에 여유롭게 장을 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 돈(농촌기본소득)으로 명절음식도 장만하고, 손주들 간식거리도 샀다"고 말했다.
농촌기본소득은 어르신들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1만~2만원 하는 진료비와 약값이 아까워 병원 방문을 꺼렸지만, 지금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건 물론 물리치료까지 받는다. 자식들 도움 없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큰돈이다.
궁평리에 사는 이 모 할머니(82)는 "고혈압에 당뇨까지 아픈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며 “예전엔 병원비가 부담돼 아파도 꾹 참았는데 지금은 잘 다닌다"고 했다. 이어 "자식들 처지도 어려운데 매번 용돈 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하다"며 "그래도 이 돈이 있으니까 걱정을 덜었다"고 덧붙였다.
여유가 생기면서 마을엔 인심도 넘치고 있다. 살기 팍팍해 서로 챙기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10일 궁평1리 경로당에서 주민 3명은 자원해 다음날 마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고구마 줄기를 다듬던 A 씨(60·여)는 "15만원이 지급되고 나서 주민들 마음이 넓어졌다. 서로 돕고 사는 게 뭔지 깨달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활력 없던 상권에 미용실·고깃집도 생겨
노인들만 남아 활력을 잃어가던 마을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농촌기본소득은 청산면에서만 사용 가능한데, 이 돈이 돌며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서다. 슈퍼나 국밥집이 전부였던 궁평리 상권에 미용실과 고깃집도 들어섰다. 파마하거나 고기를 먹으려면 인근 전곡리까지 나가야 했던 주민들은 집 앞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상인들도 늘어난 매출에 웃음꽃이 폈다.
궁평리에서 슈퍼를 하는 B 씨(60대·여)는 "농민기본소득 시행 전보다 매출이 10~20% 정도 늘었다"며 "주민들이 빵을 하나 더 사면 100~200원이라도 남으니 나도 좋고 주민도 좋은 것"이라고 전했다.
청산면사무소 앞에서 식당을 하는 C 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살기 어려운 건 똑같은데, 시행 이후가 좀 더 낫다"며 "전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확실히 돈이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기본소득 청산면 '인구 유지'…인구감소 군과 대조
경기도는 2021년 12월 청산면을 농촌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인구유입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에 따라 2022년 5월(3~4월분)부터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지역화폐로 매달 15만원(연간 18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재원은 도와 군이 7 대 3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인구유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청산면의 인구는 사업 시행 전인 2021년 3895명에서 2022년 4217명으로 322명이나 늘었다. 이후 2023~2024년 4100여명대로 안정적으로 인구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군의 전체 인구가 2016년 말 4만5907명을 고점으로 매년 감소해 최근 4만1000명대로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기간은 2026년까지 5년간이다. 도는 시범사업 3년 차인 올해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도내에서 인구소멸 위험도가 높은 면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농촌기본소득 사업 시행 이후 200~250명 정도의 인구 증대 효과가 있었다"며 "다만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일자리가 부족해 인구 증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올해 10월 이후 진행되는 중간평가와 2026년 최종 평가 결과를 토대로 종합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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