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기술료 200억원" 日업체 꽁무니 빼게 한 스마트 농사꾼

김호천 2024. 9.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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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수, 농업 자동화 통합 플랫폼 추진…국내 특허 13개, 미·일 특허도
"삼성전자 다니지 않고 농사만 해도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하겠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베네수엘라에 있는 친구들이 제주도 농사를 짓게 하겠습니다. 그 친구들이 여기 와서 잡초를 매는 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게임으로 잡초를 태우게 하면 됩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청년 농부이자 스타트업 혼디모아의 강명수(51) 대표는 12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잡초 제거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농약 정량 공급기' 설명하는 강명수 대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2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혼디모아 연구실에서 강명수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농약 정량 공급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9.15 khc@yna.co,kr

그가 발명한 잡초 제거기는 집광 렌즈의 하나인 프레넬 렌즈를 사용해 태양광을 모아 1천600도의 고온으로 잡초를 태워 없앤다.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듯이 베네수엘라 현지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잡초를 제거하면 성과만큼 돈을 주면 된다는 것이다.

시골 창고 같은 1천500여㎡ 규모의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철제 재료를 자르는 대형 밴드쏘 2개, 용접기 2개, 전기 납땜기와 테스터기, 충전 드릴 등 각종 장비가 눈에 띄었다.

작은 농약통과 엔진분무기를 실은 전기운반기와 끝에 작은 바퀴가 달린 노란색 철판 스프링, 플라스틱 체인 안에 농약 호수가 들어 있는 부품도 보였다.

앞쪽에 작은 디스플레이와 버튼들이 있고, 왼쪽 옆으로 호스와 모터 등이 보이는 가로 약 50㎝, 세로 약 35㎝, 높이 약 65㎝ 크기의 완제품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농약 정량 공급기'라는 이 발명품에 대한 강 대표의 설명이 시작됐다.

농약통이 필요 없고, 쓰다 남는 농약이 없어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는 기계란다.

농가마다 보통 대여섯 개의 농약통을 갖고 있는데 이 기계를 쓰면 농약통을 살 필요가 없다.

집에서 떨어진 밭에 농약을 치려면 트럭에 농약통을 싣고 다녀야 하는데 이 기계만 있으면 힘겹게 농약통을 실었다 내렸다 할 필요도 없다.

그는 이 기계의 원리를 자동판매기와 같다고 말한다.

기계의 흡입구에 물 공급 호수를 연결하고, 토출구에 분무기를 연결한 뒤 분말이나 액상 농약 원재료만 넣으면 일정량의 농약이 살포될 때마다 자동으로 농약이 공급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하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거절했고, 지난해 일본의 한 업체가 찾아와 기술을 팔라고 할 때 200억원을 불렀다고 한다.

물론 일본 업체와 더 이상 진전은 없었으나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로의 수출을 고려할 때 200억원은 결코 큰돈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판스프링 형태 '통들이'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스타트업 혼디모아의 강명수 대표가 개발한 판스프링 형태의 '통들이'. 2025.9.15 khc@yna.co.kr

농부이자 스타트업 창업자인 강 대표의 이야기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제주국제대학교 사무자동화과 재학 중 일본 졸업여행 때 카메라를 사면서 사진 관련 일을 하게 됐고, 충남 보령시에서 스튜디오까지 차려 운영하던 중 2013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자 뜻하지 않게 귀향하게 됐다.

아버지 대신 농사를 지으며 20년 전과 하나도 변한 게 없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것은 농약통이 자동으로 기울어지도록 하는 장치인 '통들이'다.

농약을 치다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농약통을 기울여서 분무기가 잘 흡입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데 이는 힘도 들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며 테스트하다 트럭의 상하 진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판스프링을 보고 최종적으로 현재의 판스프링 형태 제품을 만들었다.

활처럼 굽은 판스프링 양쪽 끝에 작은 바퀴를 달고 레일과 함께 농약통 밑에 두면 농약통이 가벼워질수록 위로 올라가며 자동으로 통이 기울어지게 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아주 간단한 발명이지만 농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이다.

농업 발전에 대한 그의 애정은 농약정량살포기, 과수용 농약 살포기, 과수는 물론 밭작물에도 사용할 수 있는 와이어 이동 시스템 기반 농업 자동화 플랫폼 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가 개발한 농업 자동화 플랫폼은 농사일 가운데 가장 힘든 농약 살포는 물론 물주기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3개의 특허를 받았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1개의 특허를 받았다.

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특허청이 실시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 4개, 금상 2개, 은상 2개, 동상 1개를 받았다.

'무인 농약 살포기' 설명하는 강명수 대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2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스타트업의 강명수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감귤 비닐하우스에 설치한 무인 농약 살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9.15 khc@yna.co.kr

2016년 중기청 창업선도대학을 졸업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보육기업 3기로 선정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특허청의 시제품 사업과 IP(지식재산) 나래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2018년 중기청 브릿지 사업에도 선정됐다.

1천 대 1의 경쟁으로 알려졌던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이디어 대한민국 나는 농부다'에서 4위에 오르고, 2023년 농협 제주본부가 실시한 제5회 자청비 농촌문화상 농업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제주도로부터 약 15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체 자금 약 8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에는 절단기에서 발생한 불꽃이 시너통에 튀면서 화재가 발생해 창고는 물론 각종 장비를 모두 잃고 새로 장만해야 했다. 당시 손실액이 2억5천만원에 달했다.

강명수 대표는 "삼성전자 다니는 사람만 어깨 펴고 사는 게 아니라 농업을 해도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하자는 게 저의 목적"이라며 "저는 진짜로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땅이 좁다 좁다 하고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농사를 지을 땅이 많고 제대로 된 스마트 농법을 도입한다면 농업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인 농약 살포 시스템 (제주=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스타트업 혼디모아의 강명수 대표가 개발한 무인 농약 살포 시스템 모습. 2024.9.15 [혼디모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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