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긴 명절 연휴 전후로 홀몸 노인이 '아무도 모르는 임종'을 맞이하는 일이 현대 사회의 풍속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시작한 추석 닷새 동안의 연휴는 홀몸 노인에게는 외로운 시간이 되고 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명절의 모습은 홀몸 노인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닷새 연휴는 왁자지껄한 명절 한 켠에 함께 존재하는 고독한 날인 셈이다.
삼삼오오 모인 인파 속에서 홀로 연휴를 보내며 평소 앓던 지병이 악화돼 고독사를 맞거나, 복지·행정 안전망마저 공백이 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공적 모니터링이 단절될 때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복지 전문가들은 비극을 막기 위해 연휴 기간에도 고립된 1인 가구와의 접촉 빈도를 높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독사는 결국 사회적 고립과 강한 상관 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연결 고리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파 속 노인정·복지관 문 닫고 '나만 혼자'라는 박탈감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특히 명절 이후에 더 많이 발견되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평소에 도움을 주던 노인정과 복지관이 연휴 기간 문을 닫으며 사회적 교류가 단절되는 상황도 고독사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들 끼리끼리 움직이는데 '나만 혼자'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자원봉사자 등 평상시에 도움을 주던 손길이 일시적으로 끊기며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노인정과 노인 복지관 등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는 고독사를 막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대인관계가 뜸해지는 연휴 기간 홀몸 노인이 경험하는 외로움을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독거노인 종합지원센터가 있어 홀로 사는 고령자들의 안부를 확인하지만 이를 통해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들 기관은 아직 고독사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단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인관계 비용도 부담…은둔형 외톨이 자처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률 선두를 달리는 한국이 연금 수급자 절반 이상에게 월 40만원도 지급하고 있지 않는 점도 상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 교수는 "부실한 국민연금 급여로 노인들은 노년기를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인관계를 맺는 데에도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집안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1인 가구에 다양한 사회 참여의 장을 확충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유럽 복지국가도 1인 가구가 많지만 고독사가 많지 않은 이유는 혼자 살더라도 경제·여가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 연휴 기간 고령자 약 4만2000명은 가족이 없어 명절을 혼자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는 늘어나는 고독사에 비해 사회 인식 수준이 못 미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허 교수는 "세대 통합을 통한 고령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외국의 경우 세대 간 갈등이 없어서 수영장에 가나 문화활동이든 연구활동이든 20~60대가 함께 어우러진다. 노인을 위한 문화교실처럼 중·장년, 아동과 같이 세대를 분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해설했다.
고독사 문제를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 등 사회 저변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제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