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4대 중 3대는 전기차"…더 거세지는 중국발 태풍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대표적인데, 전기차를 구매하면 내연차보다 보조금을 30% 이상 많이 주면서 전동화 전환을 밀고 있다.
중국 로컬 브랜드는 이미 승용차 판매 4대 중 3대가 전기차다. 전기차에서 뒤처지면 바로 도태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주요 시장 중 가장 빠른 전동화에 한때 중국 시장을 호령하던 폭스바겐, 벤츠, 토요타 등 독일·일본 자동차 업체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점유율 축소를 겪은 현대·기아차는 더 나빠질 여지가 작다.
한편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 인상 움직임으로 중국 전기차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 수출을 늘리고 튀르키예, 태국 등에 해외생산기지를 세우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는 중국이 처음 선두를 차지한 신성장 산업이자 자체 공급사슬을 구축한 산업으로 향후 전 세계 전기차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시장을 살펴보자.
이에 대해 천스화 CAAM 사무부총장은 "현재 국내 소비가 부진하며 내구재에 속하는 자동차 소비 심리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에 경기 둔화로 올해 성장률 목표(약 5%) 달성도 힘들어졌으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전기차를 바라보면 상황이 딴판이다.
7월말 중국 정부는 '자동차 이구환신 보조금 시행 세칙'을 개정하면서 기존 차량을 폐차하고 내연차로 교체시 1만5000위안(약 282만원), 전기차로 교체시 2만위안(약 37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7000위안, 1만위안 대비 약 100% 증가한 금액이다.
전기차 보조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은 내연차와 달리 빠른 성장세가 지속됐다. 8월 중국 전기차 판매대수는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10만대에 달했다. 올해 1~8월 누적 전기차 판매대수는 30.9% 증가한 704만대로 올 한 해 11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동화 전환을 5년 연기하고 볼보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중단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추세가 늦춰지고 있지만, 중국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남의 얘기다. 올해 8월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은 작년 동월(37.3%) 대비 16.6%포인트 상승한 53.9%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0%를 돌파했다. 중국에서 팔린 신차 2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얘기다.
8월 중국 전기차 판매 상위 10위 중 8곳이 중국 로컬 브랜드다. 1위를 차지한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37만9596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위 지리자동차도 작년 대비 66% 많은 7만4082대를 팔아 치웠다. EU가 콕 집어서 전기차 보조금을 조사한 회사도 양 사와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다.
3위는 테슬라가(6만3456대) 차지했지만 작년 대비 1.9% 줄었다. 4위 상하이GM우링은 제너럴모터스(GM)도 출자했지만, 중국에서 개발한 전기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로컬 브랜드는 얼마나 전기차에 진심일까. 8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무려 75.9%다. 로컬 브랜드가 판매한 승용차 4대 중 3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반면 상하이 폭스바겐·광치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합작업체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8%에 불과했다. 이제 중국인들이 자동차 하면 전기차, 전기차 하면 로컬 브랜드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온 폭스바겐은 전동화 추세에 뒤처지면서 지난해 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폭스바겐·토요타 등은 중국 시장의 '전동화'와 '로컬화'로 중국 시장뿐 아니라 전체 사업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창립 이후 처음 공장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토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2년 20%에서 올해 7월 12.9%로 급락했다. 특히 혼다는 광저우공장을 10월에 폐쇄하고 우한공장은 11월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
전기차 수출은 늘었지만, 미국·EU의 관세 인상 움직임으로 증가세는 주춤해진 분위기다. 1~8월 중국 전기차 수출은 81만8000대를 기록했지만, 12.6% 증가에 그쳤다. 작년 전기차 수출 증가속도(77.6%)보다 큰 폭 둔화됐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키로 했으며 EU가 지난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에 더해 최대 36.3%의 상계 관세를 추가부과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재밌는 건 1~8월 중국의 순수전기차(BEV)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64만2000대에 그친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 수출은 180% 급증한 17만6000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EU가 중국의 순수전기차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도 PHEV 수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전동화와 이에 힘입은 로컬화의 가속화는 이미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수가 됐다. 중국발 전기차 태풍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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