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죽이러 7층서 밧줄 타고 내려간 아들…“나도 죽을 뻔” 선처 호소 [사건 속으로]
“물려달라” 요구 거절당하자…살해 결심
암매장 후 밧줄 타고 귀가, 거짓 실종신고
우발적 살해 주장했지만…1심서 무기징역
재산 문제로 불만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아들이 계획범죄를 부인했으나, 증거를 인멸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그는 범행 당일 자신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아파트 출입구가 아닌 7층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사건은 지난해 11월6일 새벽 3시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의 한 축사에서 60대 남성 A씨가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A씨의 아들인 B(34)씨.
삼남매 중 막내인 B씨는 2013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축사 운영을 도왔고 언젠가 자신이 축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10여년을 아버지 밑에서 일해오던 중 아버지가 2022년 재혼을 전제로 한 여성과 교제를 시작하자 B씨는 축사가 그 여성에게 증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B씨는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서 “아버지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거짓 신고했다. 하지만 완벽할 것만 같았던 그의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실종 신고) 사흘 전 새벽 축사에서 B씨를 봤다”는 한 외국인 노동자의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B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B씨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유치장에 구속 수감되자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신속히 처분할 방법을 모색했다. 또 유치장으로 면회 온 누나들에게 “컴퓨터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이 B씨 컴퓨터를 포렌식한 결과 범행 전 ‘친족 살해 형량’, ‘실종 사망 처리’, ‘밧줄 타기’, ‘자택에서 사망하면 장례 절차’, ‘후두부 사망’, ‘망치로 죽이는 법’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다. 검찰은 B씨가 범행과 관련한 단어들을 166차례나 검색했다고 보고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살해 목적이 아니라 축사 시설을 망가뜨리러 갔는데, 아버지가 신고할까봐 알리바이가 필요해 위험을 무릅쓰고 밧줄을 탔다”고 주장했다. 컴퓨터 포렌식 결과에 대해선 “내가 왜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타이핑한 게 아니라 클릭만 해도 기록이 나온다는데 우연히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존속살해, 사체은닉, 증거은닉교사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웅크린 자세로 얼굴을 땅에 처박은 채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점, 범행 후 태연하게 범행 흔적을 제거한 점이 범행의 패륜성과 반사회성을 방증하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명예를 훼손할 만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점, 범행 후 일말의 반성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B씨는 “우발적 범행”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으며 항소했다. B씨 친인척 측은 JTBC에 “집에서 축사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굉장히 먼 거리다. 본인이 반성문에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그 밧줄을 타고 올라갈 때 자기도 죽을 뻔했다면서 스스로 자기 연민을 느끼는 것 같더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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