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 될 것 없는 핵카드 만지작거리는 국가들…속내는?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러시아뿐 아니라 핵을 내세워 국제 사회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 이란의 상황을 짚어보고, 이들 국가들이 핵 위협을 하는 이유와 전략을 정리해 봤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고 최근에는 탄도미사일과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전술핵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만약 러시아가 핵교리를 수정할 경우 전장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흑해 심해나 무인도에 시위성 핵무기 사용 △우크라이나 군시설 정밀 타격 △나토(NATO) 회원국 직접 타격의 세 가지 경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면전 또는 핵전쟁 우려 때문에 흑해 또는 무인도에서 보여주기식의 핵무기 사용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푸틴이 전술핵 중 가장 크기가 작은 것을 우크라이나에서 인적이 드문 지역을 향해 본보기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핵위협이 극대화될 수 있고 전 세계가 핵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보기용이라고 해도 핵무기가 가진 상징성과 파괴력 등으로 사용하는 순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 대한 명분을 주고 나토의 군사적 개입까지 이뤄질 수 있다. 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서방과 연대하지 않은 국가들의 지지까지 상실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핵교리 수정과 전술핵훈련 등은 핵전쟁으로 확전 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서방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확전을 통한 비확전(escalate to de-escalate)'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술핵의 가장 큰 효과는 공포의 균형에 따른 억지력에 있다. 즉 핵무기는 실제 파괴력보다도 이것을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해야 억지력을 갖추게 된다. 더구나 전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러시아가 굳이 전술핵을 무리하게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양국은 지금까지 협상을 갖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등 양보보다는 동맹과 협력을 바탕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이른바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우선순위가 크게 낮아졌다.
최근 북한 핵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미 대선이 미국 정부의 관심을 다시 회복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를 계승할 해리스 후보보다는 개인적 친분이 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도발은 현 민주당 정권과 해리스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핵위협 카드로는 △7차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정상 각도 발사를 통한 미국 본토 타격 능력 과시 △신형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탐지 불가능 핵무기 보유 과시 등이 꼽힌다. 이 중 북중 관계 등 외교적 부담이 큰 7차 핵실험보다는 ICBM이나 SLBM 등 고도화된 핵무기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도발이 결국 실질적인 핵 보유 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몸값 높이기 전략으로 분석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하려면 미국 대통령을 움직일 정치적 동인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은 미국 새 정부 초기에 빠른 회담 성사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한반도의 위기와 도발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란의 핵보유는 이스라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아랍국가들에게 큰 안보적 위협이다. 2015년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란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거래'였다고 비난하며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JCPOA를 복원하기 위해 수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2022년 회담을 끝으로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치러진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개혁파 출신의 마수드 페제시카안 대통령이 당선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JCPOA 복원과 경제 제재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서 감행한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가 즉각적인 보복 대신 전략적 인내를 택한 것도 페제시키안 정부 정책 방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역시 서방과의 협상에 장벽은 없다며 핵협상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최근 유엔 총회를 앞두고 유럽연합과 이란 외무부가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 재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이 핵협상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재집권할 경우 JCPOA 복원과 제제 해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JCPOA가 복원된다면 4단계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는 JCPOA 복원 서명과 이란 우라늄 농축 동결이다. 2단계는 합의안에 대한 미국 의회 승인, 3단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JCPOA 복원 통보, 4단계는 JCPOA 이행 점검과 최종 공동성명 발표다.
성일광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페제시키안과 좋은 협상 파트너로서 핵협상과 경제제재 해제 등을 묶어서 포괄적인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가 협정을 파기했던 전력 때문에 불가역적인 조건이나 안전장치를 하지 않는다면 협상 진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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