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에 맞서는 농업 로비의 거대한 영향력 [PADO]
[편집자주] 우리가 농업에 대해 갖는 환상 하나는 농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논과 밭을 잘 살펴보면 각종 농약과 비닐 등이 사용된 후 버려지는 걸 쉽게 볼 수 있죠. 경기도 너머로 나가면 축사 근처를 지날 때마다 분뇨로 인한 악취로 차 안에서도 코를 틀어막기 일쑤입니다.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4분의1 정도가 농업(상당 부분 축산)에서 나온다는 현실 때문에 최근 세계 각국에서 농업의 탄소 저감 규제를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농업에 대한 또다른 환상은 소규모로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농사를 짓는 소농小農의 이미지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유럽 등 주요 농업국의 농업은 이미 상당히 산업화가 돼 있습니다. 정부기관부터 농민단체까지 한국의 농업계가 열심히 벤치마킹하는 유럽만 하더라도 평균 농지면적이 16헥타르로 한국의 1.5헥타르에 비해 10배 이상 크고, 미국은 어마어마한 180헥타르 입니다. 그러다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산업형 농가(농기업)와 소농의 격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농기업들이 주축이 된 농업 로비가 대외적으로는 '소농'의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의 지지를 얻고 정부를 압박하는데 실제로는 농기업의 이익을 주로 대변한다는 데 있습니다. 유럽연합 예산의 3분의1이 농업 관련 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소농들이 허덕이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지 규모가 1.0헥타르가 안되는 '극소농'이 농가의 70%가 넘는 한국에서 유럽을 비롯한 타국의 경험에서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만, 농업 로비의 영향력을 파헤친 파이낸셜타임스의 8월 25일자 기사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산업화를 이루고 각종 영향력을 활용해 농기업에 유리한 규제 양보를 얻어내는 세계 농업계의 추세를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24년 3월, 채소를 키우는 농부 플로랑 세반은 삽을 내려놓고 파리로 가서 대규모 농민 시위에 합류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더 높은 품질의, 더 환경 친화적인 식품을 원하지만 농부들은 이를 따라가기에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민은 잠재적 전환의 중심에 있습니다. 하지만 관행을 바꾸길 원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해야죠." 세반이 덧붙였다.
프랑스 농민들은 시위로 유명하지만 이는 농업계가 목소리를 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무대 뒤에서 농업 로비는 막대한 재정 자원, 깊은 정치적 연결, 그리고 정교한 법률 및 홍보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춘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다.
"농업 로비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로비로 손꼽혀 왔죠.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끈질기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면에서요." 비정부기구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의 유럽 이사 아리엘 브루너가 말한다.
또 다른 NGO인 체인징마켓파운데이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계 단체들은 유럽연합(EU) 로비에만 연간 935~1154만 유로(132~163억 원)를 지출한다.
미국에서도 농업 관련 협회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농업무역정책연구소의 농촌 전략 및 기후 변화 이사 벤 릴리스턴이 말한다. "미국의 농업 정책은 그들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분석에 따르면, 농업 분야의 미국내 로비 지출은 2019년 1억4500만 달러(1930억 원)에서 지난해 1억7700만 달러(2360억 원)로 증가했으며 이는 석유 및 가스 대기업들이 지출한 총액보다 많다.
농업이 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는 인스티투토 펜사르 아그로페쿠아리아가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라고 상파울루대학의 연구원인 카이오 폼페이아가 말한다. "이 단체는 경제적 힘과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 잘 실행된 전략, 그리고 정치적 정보력을 결합하고 있어요." 그가 덧붙였다.
이러한 영향력의 결과로 대형 농기업들과 농민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로부터 면제를 받고, 상당한 보조금을 얻었으며, 유리한 세금 혜택을 유지했다.
농업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품질의 식량을 저비용으로 공급하려 노력하는 농민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몬산토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작물 과학 및 농화학 그룹 바이엘(Bayer)은 로비가 "민주적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규제의 증가가 농부들이 더 적은 자원과 더 낮은 온실가스 배출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농업계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현대화와 탈탄소화의 필요성을 회피하고, 대형 농기업 그룹들이 다른 토지 소유자와 사용자들의 이익을 무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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