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특집] 풍성한 명절 보내라는 국회의원들…자기들만 추석보너스 425만원
"국민에 관심 있는 의원 나오기 어려워…정치개혁 국민운동본부 필요"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2022년 9월 [삶] 인터뷰가 시작된 이후 인터뷰이들이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만 발췌해 묶은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웃음꽃 피어나는 한가위 보내세요", "행복한 추석 되세요",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추석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곳곳에 붙여 놓는 플래카드 문구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올해에도 추석 보너스로 425만원을 챙겼다. 국민들 대부분은 국가로부터 그런 돈을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은 내년 초 설에도 425만원을 명절 휴가비로 받는다. 연간 850만원이다.
이 돈은 비정규직 월급 200만원의 4배에 해당한다.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은 2018년 12월 겨울에 200만원의 월급을 받기 위해 충남 태안의 서부발전에서 심야에 일을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치여 숨졌다. 그는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비정규직이 1천만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회의원이 내건 이런 플래카드를 보면 화가 난다는 국민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분노에 담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1억6천만원에 달하는 연봉도 줄이고, 과도하고 괴괴하기까지 한 180여가지의 특권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이번 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이런 정치 구조에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자기 잘못을 바로잡을 만한 사람들이 애당초 국회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특권을 바라지도 않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 참여를 배제한 정치개혁 국민운동본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래 일문일답은 연합뉴스 [삶] 인터뷰가 시작된 2022년 9월 이후 인터뷰이들이 정치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만 묶은 것이다.
소설 '인간 시장' 작가 김홍선 (전 국회의원)
-- 국회의원들은 각각 헌법기관인데, 당 리더나 실세들에게 꼼짝을 못 하고, 팬덤들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 당 리더나 팬덤에 굴복하는 순간, 역사에 뭐로 남는지 아는가?
-- 뭐로 남나.
▲ 간신으로 남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간신의 보급소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당이 전국에 간신들을 지역에 할당해 배급한다는 비판도 있다.
-- 간신은 어떤 사람을 말하나.
▲ 간신은 자기 소신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고, 당론이나 당수, 당 실력자의 뜻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다. 옛날부터 무사는 칼에 죽고, 문사는 간언에 죽는다고 했다. 충신은 바른말을 하다 죽는 것이다.
-- 정치 팬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요즘 정치인들은 팬덤에도 굴복하는데, 팬덤은 정치를 파괴하는 무기다. 나는 이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이 나타나면서 한국 정치가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국회의원들은 다음에 또 한번 국회의원을 해볼 생각이 있어서 당 리더나 실세, 팬덤에 머리를 수그리는 것 아닌가.
▲ 처음에는 바른말을 하겠다고 각오하고 국회의원이 됐는데, 와서 보니 너무 좋은 자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에 또 한 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당수 앞에 무릎을 꿇는 이유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것은 국회의원은 당수 앞에 무릎을 꿇지 말고, 국민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것이다.
-- 그런 면에서 후배 정치인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있나.
▲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지는 않았지만 금태섭, 박용진 같은 사람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 후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국회의원은 국민 앞에만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인식하기 바란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간신인지 충신인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된다. 국회 속기록만 봐도 바로 들통이 난다.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면 버튼만 눌러도 어떤 국회의원이 무슨 행위를 했는지 바로 나온다. 그러니 국민이 준 권위와 권력을 국민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챙기지 말라. 나는 TV 등에서 함부로 말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걱정된다. 저 사람들의 후손은 이 땅에서 살면서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스웨덴 정치인들은 어떤가.
▲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그 직업을 과시하지 않는다, 봉사와 희생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다. 특권을 만들어 내고, 그걸 누리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 특권이 있다면 그건 법을 만드는 것이다.
-- 스웨덴에도 한국처럼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이 있는가.
▲ 그런 특권 조항은 없다. 의원들이 스캔들에 연루됐거나 기소가 되면 당연히 수사가 진행된다. 이때 국회 윤리위원회가 제적을 결정할 필요조차 없다. 스스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불명예이고,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약속을 어긴 것이니 의원직을 그만둔다. 한국 국회의원들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계속 국회에서 버티는 일은 없다.
--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1억5천700만원이고, 개인적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실질 연봉은 5억원이라고 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
▲ 한국 돈으로 월 900만원 정도, 연간으로 1억원가량이다. 스웨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달러로 한국의 두배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회에서는 중상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이 아닌 24시간 근무한다는 것을 전제로 책정한 것이어서 저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스웨덴 국회의원은 몇 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나.
▲ 정책보좌관도, 비서도 없다.
--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 9명을 두고 있는데, 이는 많다고 봐야 하나.
▲ 한국은 많은 정도가 아니다. 너무 과도하다.
-- 한국에서는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보좌진,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보좌진이 의원의 저녁 식사 장소까지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 나는 스웨덴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캠퍼스에서 강의하느라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보면 장관이 공항 내 의자에 혼자 앉아 노트북이나 서류를 보고 있다가 줄 서라고 하면 시민들과 함께 줄 서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장관이라고 해서 맨 앞줄에 서거나 제일 먼저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스웨덴에서는 장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이런 혜택을 누리지 않는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공항에서 귀빈실, 귀빈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은가.
▲ 스웨덴에서 그런 일은 없다. VIP룸을 이용하고 싶으면 자기 돈을 내면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보통 시민도 돈을 내고 VIP룸을 이용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공짜로 이용하고, 항공사가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경우가 꽤 있다. KTX 특실도 공짜로 이용한다.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 의원지원법에 교통수단에 대한 조항이 있다.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신속성을 충족하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는 의원들이 많다. 10㎞ 이내인 경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같은 먼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갑자기 수도인 스톡홀롬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주문이 있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때 비즈니스석은 안되고, 이코노미석만 가능하다.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조항 때문이다. 본인이 굳이 비즈니스석을 타고자 한다면 돈을 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공짜는 없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의원회관 내 목욕탕, 헬스장, 이발소 등이 공짜이고 내과, 치과, 한의원 등은 가족까지 무료인데, 스웨덴은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그런 시설이 아예 없다. 다만 샤워실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니 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뇌물성 돈을 받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도 이런 행사를 개최하나.
▲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내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활동 중에 가장 먼저 금지해야 할 것이 출판기념회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 정치권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있나.
▲ 그 사람들은 자기 당을 우선시한다. 자기가 재선돼야 하고, 자기 당이 살아야 하는 것을 중시한다.
-- 본인은 "나라가 자기들 것이냐"고 말했는데, 어떤 취지인가.
▲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 힘 있는 사람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국민들 이익보다는 자기들 이익을 챙기고 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기들이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어느 정도 심한가.
▲ 용균이 다녔던 회사의 경우, 정규직이 다니는 길은 환했는데, 비정규직이 다니는 길은 가로등이 희미했다. 정규직 식당은 따로 있었고, 식사 내용물도 달랐다. 심지어 캐비닛 크기도 차이가 있었다. 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하청회사들에 페널티를 부과하는데, 정규직이 죽으면 4점, 비정규직이 죽으면 2점이다. 정규직 1명의 목숨값은 비정규직의 두배라는 의미다. 산재사고가 없으면 나라에서 세금혜택을 주는데, 서부발전은 5년간 20억원을 받았다. 위험한 일을 하청회사에 떠넘겨 노동자가 많이 죽어도, 원청에는 아무도 안 죽은 것처럼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받은 20억원은 원청 직원들이 성과금으로 나눠 갖는다.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
-- 국회의원의 사명은 무엇인가.
▲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다. 특정인을 따라가고, 계보를 추종하고, 국회의원 되고 싶다고 해서 어느 쪽으로 몰려가는 것은 국회의원 사명과 어긋난다.
-- 당 대표 또는 당내 실력자가 국회의원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 미국에서는 국민 공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뽑을 때 당원뿐 아니라 일반인이 소액의 돈을 내고 등록해서 후보 선정 투표에 참여한다. 이를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계파들은 사람들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당에서는 당 지도부나 실력자가 내리꽂는 전략공천이 대부분이다.
-- 국회의원을 무보수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 무보수보다는 알맞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의원 1명에게 4년간 들어가는 돈은 60억원 정도다.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1조8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들이 일을 잘하면 아깝지 않은데, 그렇지 않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 국회의원들의 수뢰는 과거의 일 아닌가.
▲ 최근 300만원 돈 봉투도 받아먹는데, 큰돈을 주면 안 받겠는가. 국정감사를 할 때 증인명단에서 빼달라고 하는데, 빈손으로 그런 말을 할 것 같은가.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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