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엘리자베스 철도, 도시 재생·주택 5만5000가구 개발 촉진”
‘경제 효과 420억파운드(약 73조3656억원), 개통 2년간 총이용 건수 3억6000만 건. 신규 주택 5만5000가구 건설에 직접적인 영향.’
런던교통국(TfL)이 발표한 엘리자베스선(Elizabeth Line) 신설 효과다. 엘리자베스선은 런던 서쪽 레딩, 히스로 공항, 런던 중심부 패딩턴, 런던 동쪽 브렌트우드 등을 잇는 총 118㎞ 노선이다. 2022년 5월 완전 개통했다. 한국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엘리자베스선을 롤 모델로 삼고 추진된 사업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선은 런던 남동부 애비우드(Abbey wood) 역에서 출발해 금융 지구 ‘시티 오브 런던’이 위치한 리버풀 스트리트(Liverpool Street) 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기존 45분에서 18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도심 교통 체증 문제를 해소하고 직장인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주택 시장의 판도마저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의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다.
고속철도 KTX 개통 20주년과 GTX 시대 개막을 맞이해, 영국교통부(DfT) 산하 크로스레일 인터내셔널(CI)의 사이먼 베넷 고문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선 건설을 위해 2001년 TfL과 DfT의 공동 투자로 크로스레일 유한회사를 설립했고, 이 노선을 신설하는 사업을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DfT는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의 교훈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2017년 CI를 설립했다. 베넷 고문은 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노선 완공까지 약 20년을 함께했다. 크로스레일 유한회사에서 러닝 레거시 부서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의 성과는.
“엘리자베스선은 개통 이후 1년간 1억5000만 건, 그다음 1년간 2억1000만 건 이용이 이뤄졌다. 준공 전 예측치인 연간 2억 건이용을 초과하는 성과다. 아울러 노선 전체에 걸쳐 도시 재생을 촉진했다. 5만5000가구의 신규 주택이 건설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추가로 1만5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2015~2022년 엘리자베스선이 건설되는 동안, 런던의 신규 고용 중 60%는 엘리자베스선 신설 역 1㎞ 이내 지역에서 이뤄졌다.
런던의 중심부인 채링 크로스 역 주변 80㎞의 2009~2019년 10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주택 중위 가격은 40% 오르고 인구는 11% 늘었다. 같은 기간 엘리자베스선이 지나는 주요 7개 역(슬라우·웨스트일링·패딩턴·패링던·화이트채플·스트랫퍼드·애비우드) 주변 1㎞ 지역에선 주택 중위 가격이 54% 오르고, 인구가 23% 증가했다. 엘리자베스선 신설 효과다. 특히 낙후됐던 애비우드는 런던에서 가장 큰 도시 재생 지역으로 부상하며, 주택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효과가 420억파운드에 달한다.
“60년간 영국 경제에 420억파운드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국과 지역 경제에 다양한 경제 혜택을 주기 위해 힘썼다. 발주한 계약의 96%를 영국 기업과 체결했고, 1차 협력사의 62%, 2차 협력사의 76%가 중소기업이었다. 예를 들어 영국 기업 부스 인더스트리스에서 열차 철문, CHC 시스템스에서 화재 감지 장비, 매드릭스에서 저압 배전반을 납품받았다.
또 지역 주민이나 이전에 실업 상태였던 사람이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장했다. 이는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일자리 수의 약 9%다. 터널링 및 지하 건설 아카데미를 마련해 2만 명이 넘는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 과정에서 도입한 새로운 시도는.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는 최고로 입증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일부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주변 건물에 미치는 소음과 진동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나리 워프 신설 역사 건설에 무소음 진동 파일링 공법을 이용했다. 카나리 워프 역 인근에는 영국 금융감독청(FCA), HSBC 본사, 바클레이스 본사 등이 있어 공사 소음과 진동을 줄여야 했다. 또 지반 침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위성사진을 이용했고, 모든 운송 트럭에 최고 수준의 안전 장비를 장착했다.”
환경 문제는 없었나.
“크로스레일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이뤄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중 최초로 환경 관련 지표를 투명하게 보고했다. 우리는 건설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약 800만t의 토양을 굴착했는데, 이 중 99.7%를 농업 및 산업 용지 개발에 재사용했다. 특히 굴착된 토양의 절반가량을 런던 동쪽 에식스주 월리스 섬으로 옮겨 해안 습지를 조성했다.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와 협력한 혁신적인 환경보호 사업이다. 굴착 재료의 80%는 트럭이 아닌 철도와 수로로 옮겨, 런던 도심에서 트럭 사용을 줄였다.
애초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의 목표는 도로에서 철도로 시민의 이동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선을 이용하는 승객의 약 38%는 다른 교통수단에서 전환됐거나 신규로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으로 조사됐다. 엘리자베스선은 자동차 운행을 줄여 연간 약 7만~22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사업 초기 재정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 이는 2008년 런던 시장이 재정을 더 확보할 수 있게끔 하는 ‘크로스레일 사업세보충금(BRS·Business Rate Supplement)’ 법안이 통과되며 진전이 이뤄졌다.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의 3분의 1 이상이 크로스레일 BRS에서 조달됐다.
밀집된 런던에서 진행되는 건설 사업이라, 시민과 사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였다.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도로 폐쇄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크로스레일 프로젝트 건설이 한창일 때 ‘2012 런던 올림픽’이 열렸는데, 대회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또 공사 과정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물도 문제였다. 런던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엘리자베스선 신설 공사 도중 중세 시대, 로마 시대, 나아가 선사시대 유물까지 발견됐다. 공정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24시간 내내 고고학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GTX를 신설하고 있는 한국에 건네고 싶은 조언은.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에서 배운 주요 교훈 중 하나는 철도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여러 신호 시스템의 복잡성을 통합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과소평가했다. 한국이 유사 프로젝트에서 교훈을 얻고, 또 GTX 프로젝트에서 얻은 교훈을 국제사회에 공유하길 바란다. 영국은 의회 내 공공회계위원회(PAC) 권고에 따라 DfT 산하 CI를 설립했다. 전 세계 프로젝트가 참조할 수 있는 800개 이상의 항목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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