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주도 ‘제로 슈거’ 수준… 과잉 마케팅에 소비자는 혼란”

이코노미조선=고성민 기자 2024. 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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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서울대 소비자학 학·석·박사 사진 고성민 기자

“제로 식품이 흥행하며 제로가 마케팅 수단으로 너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일반 소주 5종과 제로 슈거 소주 5종의 당류 및 열량을 비교해 지난 5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소주도 당류가 100㎖당 평균 0.12g에 불과해 제로 슈거 소주로 표시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100㎖당 당류가 0.5g 미만일 때 ‘제로 슈거’로 표기 가능한데, 일반 소주도 이 기준을 넉넉하게 충족한 셈이다. 제로 슈거 소주에서는 당류가 아예 검출되지 않았지만, 두 제품 간 당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일반 소주와 제로 슈거 소주는 칼로리 차이도 별로 없었다. 제로 슈거 소주의 칼로리는 일반 소주보다 100㎖당 2.60~14.70㎉ 적었는데, 제로 슈거 소주의 알코올이 100㎖당 0.5~2.6도 더 낮으므로 알코올 열량을 고려하면 제로 슈거 소주가 칼로리를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 기존 식품 대비 제로 식품의 특징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표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로 식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여태까지 건강은 젊은 층보다 나이 든 사람이 주로 관심을 두는 주제였다. 지금은 젊은 사람도 건강에 관심이 많다. 피트니스 센터를 정기적으로 찾는 젊은 층이 과거보다 확 늘어난 걸 보라. 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도 사람들이 건강을 보다 걱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옛날과 달리 인터넷이 보편화되며 건강을 실천하기 위한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됐고, 정보를 공유·확산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과정에서 손쉽게 건강을 챙기도록 설탕을 빼고, 칼로리를 빼고, 알코올을 빼고, 카페인을 뺀 제로 식품이 트렌드로 부상했다.”

유기농보다 제로 탄산음료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거운 건강 관리) 현상이 이유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의미하는 ‘헬시(healthy)’와 즐거움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의 합성어다. 건강을 추구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식단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먹고 싶은 걸 참기보다, 맛있는 걸 먹되 최대한 칼로리가 낮거나 설탕이 적은 대체 음식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는 건강을 추구하면서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을 해칠 위험성을 가장 손쉽게 없애 주는 것이 제로 탄산음료를 포함한 제로 식품이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제로 슈거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제로 슈거 소주를 마시면 손쉽게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

젊은 층에게 제로 식품이 특히 인기인 이유는.

“나이 든 사람은 원래 몸에 해로운 식품을 잘 먹지 않는다. 콜라보다 차,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나치게 맵거나 짜거나 단 식품 섭취를 자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맵고 짜고 단,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좋아한다.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 보고, 맛있는 음식점이나 디저트가 있다면 먼 거리도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다. 먹는 것이 생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젊은 사람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죄책감을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제로 식품도 더 많이 찾는다.”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 전시된 제로 슈거 소주. /뉴스1

한국의 현상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시작해, 우리나라로 넘어온 트렌드다. 건강을 실천하는 방법은 첫째가 운동, 둘째가 식생활이다. 건강한 식생활은 운동의 생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운동이 확산하면 식생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항상 식단 관리를 강조하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끼리는 식생활을 대화 주제로 삼기 마련이다. 조깅이나 헬스 같은 운동을 생활화한 건 우리나라보다 외국이 먼저였다. 제로 식품 소비가 느는 건 현재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흡연과 음주를 이전보다 덜 하는 것도 전 세계 젊은 층의 공통점이다.”

‘제로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제로’라는 상품명만 보면 좋긴 좋아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다는 거다. 제로 식품이 흥행하며 제로가 마케팅 수단으로 너무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제로 슈거는 칼로리가 제로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53.3%의 소비자는 ‘제로로 표시된 식품은 대부분 제로 칼로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로 슈거’라고 명시한 제품에서도 소비자 43.7%는 제로 칼로리 식품일 것으로 판단했다. 상품명을 제로로 표기할 때 무엇을 제로로 했는지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게끔 표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잠깐만 바라봐도 이해할 수 있게 글자의 크기를 키우는 등 표기 방법을 바꾸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 제품 대비 어떤 점이 얼마나 변했는지 표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 제품보다 당과 칼로리를 어느 정도 줄였는지 명시하는 것이다. 소주는 원래도 과당을 거의 넣지 않는데, 제로 슈거 소주가 유행이다. 소비자가 일반 제품과 제로 슈거 제품의 차별성을 더 따져봐야겠지만, 기업이나 기업의 행동 변화를 강제하는 정부 차원의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또 원래도 몸에 좋은 음식은 제로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식품이 제로 마케팅으로 건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점은 우려된다.”

제로 식품 인기가 지속될까.

“건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는 거스를 수 없다. 따라서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단맛을 내는 좀 더 건강한 재료가 개발되면서, 시장에 여러 가지 제로 식품이 생기고 소비자 선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Plus Point

“과잉 마케팅 차단” ‘제로’ 표기법 보완하는 식약처

식약처는 제로 슈거를 강조하는 식품의 대체 감미료(대체당) 함유 여부와 열량을 정확하게 표시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7월 24일 개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당류 대신 감미료를 사용한 식품에 ‘제로 슈거’ ‘무당’ ‘무가당’ 등의 강조 표시를 하는 경우, ‘감미료 함유’ 표시와 칼로리 정보를 해당 강조 표시 주위에 함께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예를 들어 기존에 ‘제로 슈거’로만 표시했다면, ‘제로 슈거(감미료 함유, ○○○㎉)’ ‘제로 슈거(감미료 함유, 열량을 낮춘 제품이 아님)’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제로 슈거’ 강조 제품에 대해 당류가 없어 덜 달거나 열량이 낮은 것으로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또 2026년부터 에리트리톨 등 당알코올류를 10% 이상 함유한 제품은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의 문구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했다. 기존엔 당알코올류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에 한해 부과하던 의무다. 식약처는 “최근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 설탕 대신 당알코올류를 사용한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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