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먼 귀성길<하>] '1호 법안'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22대 국회 과제

김세정 2024. 9.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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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이도 참사 이후 23년 흘렀지만
여전히 부족한 장애인 이동권
"22대 국회서 교통약자법 전부 개정안 통과돼야"

오이도 참사 이후 23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특히 명절 때가 되면 자유로운 이동권을 향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사진은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서울역 알림판의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국 사회에선 2001년 오이도역 참사를 기점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1년 1월 22일 설을 맞아 아들집에 가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70대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다 사고를 당했다. 부부는 지체장애 3급으로 수직형 리프트를 타고 역으로 올라가던 중 와이어가 끊어져 추락했다. 사고로 할머니는 숨졌고, 할아버지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의 장애인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계기가 됐고, 이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참사 이후 23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특히 명절 때가 되면 자유로운 이동권을 향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교통약자는 전체 인구의 30%인 1551만명에 해당했고, 이 중 장애인은 264만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5% 수준에 달한다. 인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는 재정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대체로 지적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교통약자의 이동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인데도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휠체어 고속버스의 운행 중단이 대표적 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조사를 살펴보면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 중 63%는 타지역을 이동할 때 승용차를 이용하고, 10.7%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기차나 장애인택시는 각각 8.1%였고, 비행기는 0.8%다. 지체장애인 중에선 59.8%가 승용차를, 10.6%는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했다. 기차는 8.7%였고, 장애인 택시 5.7%였다. 장애인 10명 중 1명은 버스를 이용해 지역 간 이동을 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교통약자는 전체 인구의 30%인 1551만명에 해당했고, 이 중 장애인은 264만명이었다. /김세정 기자

장애인들의 오랜 노력에 따라 전동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0대가 서울과 부산, 강릉, 전주, 당진을 각각 잇는 4개 노선에서 2019년 10월 시범운행을 시작했지만 2023년 4월 서울-당진 운행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중단됐다. 버스를 개조해야 하는 데다 휠체어석이 생기면 일반 좌석이 줄어들어 운임 손실이 생겨 재정적 부담이 컸다고 한다. 국토부가 개조 지원 사업을 매년 실시했지만 공모 참여자가 없어 예산도 집행되지 않았다. 서울과 부산, 전주, 강릉은 KTX로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이어서 이용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요인이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KTX가 도달하는 곳에 노선이 있었고, 노선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운행을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정치권의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1대 국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선 교통약자법이 통과됐다. 당시 개정된 법안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걸 뼈대로 한다. 법이 통과됐음에도 기대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40% 기준으로 국토부의 제4차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계획(2022~2026년)의 62%에 한참 못 미친다. 제3차 증진계획(2017~2021년)의 목표치인 42%보다도 낮았고, 지역별로도 편차가 컸다. 또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저상버스로의 의무 교체 대상에서 제외돼 지역 간 이동은 여전히 어렵다.

22대 국회에선 달라질까.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30일 발의한 교통약자법 전부 개정안은 가장 주목되는 법안이다. 22대 1호 법안으로 현행 교통약자법의 명칭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로 변경하는 것과 함께 모든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교통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동권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권 자체이자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전제인데도 '편의'라는 용어가 사용돼 이동권이라는 의미 자체를 퇴색시켰다는 이유다. 서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야4당의 의원 28명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애인들은 정치권의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1년 내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내용이므로 22대 국회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하던 도중 박경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의 7대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호소를 듣고 있다. /배정한 기자

법안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버스와 택시, 해운, 항공, 철도 등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및 도로에 대한 이용과 접근 권리를 장애인도 보장받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 광역이동 교통수단의 이용·접근을 보장하고, 장애인 콜택시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시외·고속을 포함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된 차량을 의무 도입하고 또 모든 택시에 휠체어 탑승 설비가 설치된 차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철도나 도시철도, 비행기, 배에서도 장애인 전용 좌석 및 전용구역을 확보해 두고, 또 교통약자가 이동할 때 이용하는 지원차량의 관리를 국가교통약자이동지원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도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강화를 위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지난 6월 20일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의 법안은 좌석수 감소로 생길 수 있는 저상버스의 운송수익을 국가가 보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장애인들이 휠체어채로 탑승할 수 있는 택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장관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할 때 겸용택시 도입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도록 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3일 대표발의한 교통약자법은 KTX나 SRT 등의 고속철도 예매 시스템에 교통약자를 위한 별도의 예약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설이나 추석 연휴 등 특정 기간에 한해 교통약자를 위한 예약 기간을 따로 두고 있으나 이용자가 몰리면서 예약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세 법안은 현재 국회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더팩트>에 "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1년 내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내용이므로 22대 국회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달주 대표는 "법안이 상임위에서 한 번 논의는 됐는데 국토부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기재부에서도 예산 때문에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내년에는 전면 개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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