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복' 살리는 길?..."채찍보다는 공감으로"
[앵커]
명절 분위기 살리는 데 한복만 한 게 없죠.
그런데 오늘 같은 날 고궁에 가면 우리 옷인지 헷갈리는 특이한 한복들이 가득합니다.
이젠 익숙해지기까지 한 '퓨전 한복'들을 계속 이대로 둬도 되는 건지 최근 또 한 번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송재인 기자입니다.
[기자]
각양각색 한복을 입은 관광객으로 가득한 경복궁.
그런데 곤룡포에 갓을 쓰는 등 부자연스러운 옷차림도 눈에 띕니다.
[제랄딘 바이론 / 필리핀 국적 : 저는 맞지 않는 옷차림인 걸 알았지만, 아버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한복 대여점에 물어봤는데도 그냥 주더라고요.]
어색한 건 착용법뿐만이 아닙니다.
고궁 주변 대여점에서 내주는 옷 가운데 일부는 그 자체로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빌려 입은 옷으로 전문가와 점검해보겠습니다.
[이혜미 / 한복 디자이너 : 한복은 자연적인 인체 구조에서 나오는 실루엣이 멋인데요. 안의 속치마를 와이어가 들어간 인위적인 형태로 잡아서 보여주는 이 멋은 사실 서양의 드레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끈을) 양쪽 서양의 리본처럼 묶는 형태는 우리나라 옷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화려함이 핵심인 이런 '퓨전 한복'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만연해졌습니다.
급기야 지난 5월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공개적으로 문제 의식을 드러냈는데,
'국적 불명' 한복을 바로잡겠다며, 대여점들 조사와 협의체 구성 등 다소 구체적인 조치까지 거론하면서 논쟁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바람직하진 않을지언정, 교정을 강제할 수까지 있겠느냐는 겁니다.
시민들 생각도 하나로 모이지는 않습니다.
[정해숙 / 서울 장위동 : (퓨전 한복이) 일상적인 한복과 너무 달라서 애들한테도 혼동이 올 것 같아요. 우리의 정체성을 못 찾을 것 같아요.]
[서점순 / 서울 마장동 :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장벽을 만들다 보면 오히려 더 거부하게 되고 그 틀에 딱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이런 모습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특히 최근엔 다양하게 변주된 한복들이 'K-문화'로 인기를 얻고 있단 점도 현실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K팝 아이돌들의 화려한 패션 한복을 보고 비슷한 걸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보니, 없던 퓨전 한복을 새로 들여온 대여점도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이 결국, 계도나 단속 같은 채찍보단 공감에 방점을 둔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이윱니다.
다양한 전통한복 입기 체험으로 우리 고유의 멋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이민준 / 전통 한복 전문가 : 고름은 리본이랑 조금 다른 형식인데, 외고름이라고 고 부분이 왼쪽으로 갈 수 있게….]
전통 파괴냐, 변화의 흐름이냐, 반복되는 논쟁에서 중요한 건 결국, 우리 것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아끼는 마음 그 자체는 아닐까요?
YTN 송재인입니다.
촬영기자 : 김현미, 박재상
그래픽 : 백승민, 지경윤
화면출처 : 블랙핑크 유튜브, 국가유산채널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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