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서울교육감 진보진영 갈등… 사퇴 권고에 곽노현 “내가 1위” [지금 교실은]

김유나 2024. 9. 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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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짓 남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10여명이 넘는 이들이 도전장을 낸 가운데 진보·보수 진영 내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진보진영에선 곽노현 예비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곽 예비후보는 “내가 여론 조사 1위”라며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연합뉴스
◆진보진영에서도 “곽노현 사퇴” 목소리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10월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진보진영에서 9명, 보수진영에서 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이지만, 후보가 많아 단일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최보선 예비후보가 아예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나머지 8명도 단일화 방식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진영 내 후보 간 비판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재수’에 나선 곽노현 예비후보다. 곽 예비후보는 2010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가 2012년 선거법 위반 판결이 확정돼 직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교육계에선 유죄 판결로 직을 상실했던 사람이 다시 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곽 예비후보는 또 과거 당선이 무효가 되면서 반납해야 할 선거 보전비용 35억원 중 30억원가량을 아직 갚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진보진영 후보들 사이에서도 곽 예비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서 예비후보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뉴라이트 친일사관 심판, 윤석열 정권의 교육정책 심판 등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며 “곽 예비후보의 추징금 미납과 예비후보자 기탁금 납부 등 일반 시민이 공감할 수 없는 행위가 지속된다면,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매도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예비후보는 “곽 예비후보는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선거운동을 할 게 아니라 추징금을 즉시 납부해 민주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스스로 만든 흠결을 지우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물러날 것을 권유한 셈이다.

진보진영의 정근식 예비후보도 기자회견에서 “교육 관련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특정 후보의 자격 논란으로 후보도 정책도 공약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며 곽 예비후보 관련 논란을 꼬집었다.

정 예비후보는 “곽 예비후보의 문제가 민주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는 한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보선 예비후보도 곽 예비후보가 공약으로 ‘탄핵’을 꺼내 든 것을 두고 “탄핵은 여의도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라며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띄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불출마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곽 예비후보 출마는) 시민의 상식선에서 볼 때 여러 면으로 부적절하다. 서울 시민의 눈으로 냉정히 되돌아보고 (출마를) 자중해달라”고 했고,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도 “민주당 내부는 곽 예비후보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곽노현 “내가 여론 조사 1위…비방 멈추라”

자신의 출마를 비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고소하는 등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곽 예비후보는 진보진영 후보들에 대해서도 “부당한 사퇴 압력을 멈추라”며 맞섰다.

곽 예비후보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저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부당한 사퇴 압력이 난무하고 있다”며 “함께 출마한 후보 중에서도 정당한 경쟁 대신 사퇴부터 촉구하는 비상식적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자치가 정당의 힘에 휘둘리고, 공정한 경쟁을 거부하는 선거행태는 멈춰야 한다”며 “여론 조사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곽 예비후보가 말하는 여론조사란 이달 11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다. 이달 8∼9일 성인 800명 조사 결과 진보 후보 중 곽 후보의 선호도가 14.4%였고, 정근식 후보(서울대 명예교수) 12.2%, 홍제남 후보(전 오류중 교장) 8.4%, 김경범 후보(서울대 교수) 6.2%, 강신만 후보(전 전교조 부위원장) 5.9%, 방현석 후보(중앙대 교수) 김용서 후보(교사노조연맹 위원장) 4.1%였다.

1위인 곽 예비후보와 2위인 정 예비후보와의 격차는 2.2%포인트다. 설문 전체 인원이 800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18명 남짓 차이 나는 셈이다. 또 진보진영 중 ‘선호 후보 없음’이란 응답이 21.2%, ‘잘 모름’이 18.8%란 점을 고려하면 곽 예비후보가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곽 예비후보는 “저에 대한 비방과 공격은 제 사건에 덧씌워진 오해와 억측에 기반하고 있다”며 “과거 MB정권 정치검찰과 국정원은 저를 교육감직에서 내쫓기 위해 여러 공작과 여론 조작을 벌였고 저는 그렇게 ‘악마화’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오인에 근거한 후보 간 공격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저는 시민의 선택과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 위해 교육감 선거에 나섰다. 어떤 부당한 압력과 정치 개입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보진영 고심…단일화 후보 누가 될까

진보진영의 속내는 복잡하다. 현재 정치권 등에서는 곽 예비후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지만, 이런 비판이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어서다. 곽 예비후보가 ‘화제의 중심’이 되는 현 상황은 바꿔 말하면 곽 예비후보의 이름이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개입하지 않고,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아 ‘이름이 익숙한’ 후보가 유리한 특성이 있다. 투표지에는 정당이나 번호 등도 없이 이름만 쭉 나열돼 투표장에서 이름만 보고 ‘아무나 찍는’ 경우가 많다. 

진보진영에서 추대된 후보가 보수진영 후보와 맞붙어 이기려면 진보진영에서 최대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요즘 서울시교육감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곽 예비후보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비판 기사도 많지만 어쨌든 곽 예비후보의 존재감이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곽 예비후보는 진보진영에선 ‘버리기 아까운’ 카드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진영은 보수진영보다 일찌감치 단일화 기구를 출범하고 경선 방식을 확정하면서 단일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일부 예비후보들이 경선 방식에 반기를 들어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보수진영도 단일화를 추진하는 단체가 여러 개로 나뉘었다가 겨우 통합했지만, 역시 일부 후보가 “대표성이 부족한 단체가 들어왔다”며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단일화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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