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 의사, 여동기 팬티 훔쳐" 블랙리스트가 또…작성자 더 있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 /사진=웹페이지 캡처

복귀 전공의, 전임의, 촉탁의,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의대생 등 2500여명의 이름과 출신학교 등 개인정보가 담긴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의사 블랙리스트가 또다시 업데이트됐다. 지난달 20일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에 등장한 후 이번이 벌써 4번째 업데이트다.

최근 경찰과 검찰이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텔레그램 등에 블랙리스트를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에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외 다른 작성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는 14일 블랙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며 "억울하게 아카이브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영장 청구된 선생님이 계셔서 누명 풀어드리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출시한다"며 "경찰 선생님들 실적 올리려고 무리한 수사 제발 그만두십시오"라고 적었다. 블랙리스트는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되는데, 작성자는 이번 주를 건너뛰고 다음 주 업데이트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그 선생님(A씨)은 아카이브 등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며 "말투만 봐도 아시겠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작성자가 서로 알았던 사이임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이번 업데이트된 블랙리스트에도 기존에 복귀 전공의 전임의 등의 명단에 더해 '제보'를 토대로 확인되지 않은 범죄 사실과 개인 정보 등이 무차별적으로 추가됐다. 명단 이외에 '범죄자들' '환자들'이란 별도의 목차를 두고 "여동기의 자취방 비밀번호 확보 후 팬티를 훔친 범인" "양다리 걸치다 걸림" "환자 사망으로 소송"과 같은 내용을 실어 복귀 의사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이어갔다.

작성자는 지난번 업데이트에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복귀 전공의'라며 수십명의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출신 학교 등의 개인정보를 뿌렸지만, 이번에는 "죄송하다"며 "대다수가 사직 중인 상태인데 제가 대부분 부역인걸로 잘못 적었다"고 하며 모두 삭제했다. 마치 '사이버 렉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작성자는 의사 블랙리스트는 기존과 달리 고정 주소로 업데이트될 것이라 공지됐다. 최근 올라온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은 이번에 삭제됐다. 작성자는 "응급실 명단 언론에 좋지 않게 소개된 것을 보았다. 저는 진심으로 응급실 응원한다"며 "응급실 명단을 내리겠다. 추석 연휴 응급실 화이팅입니다"라고 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내부 갈등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를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