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다시 뜨거운 안녕, 니퍼트 “팬,동료,가족 없인 나도 없다..작별 대신 ‘감사합니다’”

안형준 2024. 9. 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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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비록 고대하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니퍼트가 6년만에 팬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두산 베어스의 전설이자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더스틴 니퍼트는 9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T 위즈의 시즌 최종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 2018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니퍼트는 무려 6년만에 은퇴식을 가졌다. 두산이 아닌 KT에서 커리어를 마쳤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며 대대적으로 팬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은퇴 6년만에 자신이 KBO리그에서 몸담은 두 팀의 맞대결 경기에서 제대로 은퇴식을 가졌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만원 관중이 찾아 니퍼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2만3,750석 전석 매진. 니퍼트는 경기에 앞서 팬사인회로 팬들과 소통했고 이날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그리고 1회초 수비가 끝난 뒤 두산 선수들과 특유의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5회 종료 후 클리닝 타임에는 양 팀으로부터 뜻깊은 선물도 전달받았다.

두산은 이날 니퍼트를 은퇴식을 위한 특별 엔트리에 등록했다. '1일 계약'인 특별 엔트리 선수는 통상적인 1군 선수와 마찬가지로 경기에 출전이 가능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니퍼트가 마지막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실전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도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양팀의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고 니퍼트가 등판할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비록 고대하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니퍼트는 팬들과 뜨거운 작별을 고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은퇴식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니퍼트는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은퇴식 행사에는 니퍼트와 함께 전성기를 구가한 선수들이 마지막을 배웅했다. 아직 두산의 타선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환과 양의지, 허경민, 김재호와 지금은 은퇴했지만 니퍼트와 함께 '판타스틱 4'를 이룬 유희관 등이 니퍼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니퍼트는 마운드 앞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팬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니퍼트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어려분,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먼저 인사를 건넨 뒤 준비해 온 은퇴사를 낭독했다.

니퍼트는 "은퇴는 기본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거나 직장을 떠나는 일이다. 하지만 내게 야구는 직업인 동시에 언제나 제 삶의 일부일 것이다. 그래서 작별 인사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부모님께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 니퍼트는 "아내 선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야구선수와 결혼하는 것, 그 결혼 생활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아내는 늘 나를 지지해줬고 내가 정상에 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나 알고 있었다. 고맙고 사랑한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냈다.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니퍼트는 "2011년 계약 전까지 KBO리그나 두산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우리의 계약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두산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앞으로 다른 팀에서는 뛰고 싶지 않았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2011년 첫 시즌 후 13년이 지났고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이 마지막 유니폼이 될 것이다. 기회를 준 두산 구단에 감사하다"고 두산 구단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또 2018시즌 1년간 몸담은 KT 구단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니퍼트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큰 도움을 준 통역들에 대한 감사를 전한 뒤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이어갔다. 니퍼트는 "첫 날부터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줬고 가족처럼 대해줬다. 내 등 뒤를 지켜주며 허슬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감사하다. 내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줬다. 내 투구가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었기를 바란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고 인사를 전했다.

'영혼의 배터리'를 이룬 양의지에 대한 특별한 감사도 이어졌다. 니퍼트는 "양의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내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다. 투수는 함께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할 수 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이었고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한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이다. 형제여,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니퍼트는 "팬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이유다. 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KBO리그도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언제나 놀랍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언제나 꿋꿋하게 뒤에서 내가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주고 도와줬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여러분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니퍼트는 "팬이 없는 나는 없다. 팀원이 없는 나는 없다. 가족이 없는 나는 없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은퇴사를 낭독하며 몇 번이나 눈물을 훔친 니퍼트는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기념촬영을 가진 뒤 잠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두산과 KT 유니폼을 입고 2018년까지 KBO리그 마운드에서 활약했다. KBO 통산 8시즌 동안 214경기에 등판해 1,291.1이닝을 투구했고 102승 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 1,082탈삼진을 기록했다. 두산에서 2017년까지 7시즌을, KT에서 마지막 1시즌을 뛰었다.

니퍼트는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고 100승-1,000탈삼진을 달성한 유일한 외국인 투수다. 2016년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고 2022년에는 외국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선정됐다. KBO리그에서 은퇴식을 치른 외국인 선수도 니퍼트가 최초다.(사진=두산 제공)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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