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우라늄에 힘 난다는 김정은…北 추석 풍습은?

이치동 2024. 9.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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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 첫날 인사드립니다.

오늘 다룰 내용부터 정리하고,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이번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면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김정은이 어제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났습니다.

연말께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후속 회담을 가질지에 주목됩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서, 식사도 하고, 성묘도 할 겁니다.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 두 국가론을 내세우지만, '민족의 큰 명절' 전통까지, 손댈 순 없을 겁니다.

[앵커]

북한이 최근 좀 잠잠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 본격 도발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대외 활동도 많았던거 같고요.

정리부터 해주실까요.

[기자]

이번 주에 핵, 미사일, 특수 부대 3종 세트를 선보였습니다.

600미리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고요.

70여일 만에 첫 탄도미사일 시험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수부대 훈련 현장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해서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비밀 중의 비밀이라는 핵시설, 그것도 고농축 우라늄 추출 시설을 바깥세상으로 끄집어내서,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추출 작업으로 돌리는 원심분리기를 연결해 놓은 캐스케이드가 빼곡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란 듯이 노출했습니다.

김정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현지 시찰하는 장면과 함께 잘 보이게 연출해서 내보냈는데요.

김정은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는 표현을 종종 쓰거든요.

이번 주 정권수립기념 9.9절 연설 때도,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는 과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 전문가 등 일각에서 의구심,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했거든요.

무엇보다, 유엔 제재하에서 원심분리기 등 첨단 장비를 반입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사흘 후에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 그것도 최신식으로 보이는 장비가 가득 찬 모습을 담은 사진 다섯 장을 내보낸 겁니다.

무기쇼를 좋아하는 김정은이 요즘말로 또 김정은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앵커]

정확한 방문 시점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잖아요.

특히 저 시설이 어디에 있는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죠?

[기자]

일단 관건은 영변이냐 아니냐입니다.

평양에서 북쪽으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영변 핵시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죠.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둘 다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지고 있는 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게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포기를 대가로 주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당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서 평양 인근 강선에도 핵시설이 있는 거로 안다.

이것도 내놓으라고 해서 회담이 깨졌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곳이 영변인지, 강선인지, 아니면 제 3의 장소인지는 확인이 안 됐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핵시설을 계속 만들고 있는 정황, 원심분리기 등 관련 장비를 직접 생산해서 조달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대북 제재의 1차 목적이 핵무기와 핵물질, 장비의 북한 내 반입, 그리고 반출을 막는 건데요.

이번에 공개된 장면으로만 보면, 큰 효과가 없는 거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앵커]

또 하나 관심은 왜 이 시점에 비밀 핵시설을 공개했냐이잖아요.

아무래도 시점도 그렇고 11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거로 봐야겠죠?

[기자]

이번에도 구실을 내세웠습니다.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의 핵 위협 책동은 더 노골화되고, 위험단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지난주엔 한미가 핵 협의 그룹 출범 이후 최초로 북핵 대응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했죠.

그러나, 이런 외생적 이유보다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가능한 한 많이 가지고 싶어 하고,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또 핵보유국 행세를 하려는 거로 봐야겠습니다.

큰 틀에서 자체 스케줄에 따라 핵 개발을 하면서, 이런저런 구실과 이유를 붙이는 거죠.

다만, 말씀하신 대로 이제 미국 대선이 50일 정도 남았거든요.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는 대남용보다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측면이 크겠죠.

핵을 가지고 있다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선거에도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얼마나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서 제일 골치 아파하는 게 확산입니다.

핵무기나 무기급 핵물질을 중동 분쟁국이나 테러 단체로 이전하는 것.

북한이 1993년에 핵확산방지조약 NPT 탈퇴를 선언하고, 이후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계속 문제가 돼 온 겁니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 잠시 살펴보시죠.

<조선중앙 TV (2003년 1월 10일)> "핵무기전파방지조약 (NPT) 으로부터의 탈퇴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즉시 발생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2006년 10월 9일)> "9일 우리 과학연구 부분에서는 지하 핵실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중앙 TV (2016년 1월 6일)>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6차 핵실험이 2017년 9월이니까요.

탄두 소형화, 그리고 다탄두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적 필요가 있을 거고, 마음만 먹으면 핵실험 준비도 어렵지 않다고 보면,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전 국방장관이죠.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또다시 방북해 김정은 총비서와 만났네요.

[기자]

어제 평양에서 접견했는데, 저녁에도 또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공항까지 가서 환송도 해주는 등 그야말로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이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극동지역 보스토치니에서 정상회담을 한지 꼭 1년이 된 날이었는데요.

쇼이구가 최근 북러 협력에서 키 플레이어라는 평가입니다.

작년 7월 국방장관일 때, 평양에서 정전협정 기념일 행사에 참석했고, 이어 북러 간 군사협력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결국 두 달 뒤 푸틴과 김정은 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5월에 쇼이구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전보됐지만, 북러 관계에서 역할을 계속하는 거로 보입니다.

올해 6월엔 푸틴이 24년 만에 방북해서 김정은에게 모스크바에 한 번 오라고고 초청했는데요.

이 사안도 논의됐을 거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연말이나 연초에 붉은 광장에서 사열식도 하고, 크렘린궁에서 푸틴과 회담하는 그림을 내보내고 싶어 할 텐데요.

아직 김정은이 모스크바에 간 적이 없는데, 이번에 성사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 교체 소식도 있던데요.

인사가 좀 늦어졌다고요?

[기자]

미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4만 여명의 미 육군, 1군단을 지휘해온 제이비어 브런슨 중장을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지명했습니다.

별 네 개 자리니까 진급도 시켰습니다.

상원 인준을 거쳐서 몇 달 후에 부임할 텐데요.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의 한반도 현장 최고 지휘관으로서는 물론, 워싱턴의 역내 안보 정책 조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의회 군사위 청문회에 매년 참석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개진합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통상 3년 정도 근무해서, 작년부터 현 폴 러캐머라 사령관이 바뀔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좀 늦어진 겁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2020년 12월에 지명됐고, 취임까지 7개월 걸렸습니다.

[앵커]

추석 얘기도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 추석 연휴가 시작돼서 귀성길에 나선 분들이 많으신데요.

북한에선 우리처럼 큰 명절은 아니라던데요.

[기자]

북한 명절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 국가적 경축 명절과 추석처럼 민속적으로 즐기는 민속 명절.

한때 북한에서 추석은 금지된 명절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배격하다가 1970년대가 돼서야 추석 성묘를 허용하고, 80년대에 공식 명절로 인정했는데요.

우리처럼 연휴가 있는 게 아니고, 음력 8월 15일 당일 하루만 쉰다고 합니다. 송편도 빚고 성묘도 한다고 해요.

하지만, 오늘자 노동신문에도 추석 얘기는 없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얘기 들어보시죠.

<박유성 / 탈북민 영화감독> "그래도 가을에 사람들이 제일 좀 공을 들여서 제사 지내고 먹으려고 하는 날이에요. 일 년 중에 제일 배부르게 먹으려고 하는."

그날은 그래도 뭔가 집집마다 서로 교류도 많이 하고, 놀이도 많이 하고 명절 분위기가 많이 납니다.

왜냐면, 국가 명절은 옷 차려입고 어디 나가서 환영식, 퍼레이드 같은 걸 하는데, 이날은 온전히 사람들이 쉬는 날이거든요.

좀 더 명절 분위기가 나고, 주민들이 훨씬 더 좋아하고 즐기는 명절이죠.

올해는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 두 국가론을 들고나와서 민족, 동족 개념을 없애겠다고 선언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 추석 명절에도 영향을 주는 거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지만, 별 동향은 없습니다.

남북 한민족 개념은 지운다고 해도, 주민들이 수십 년간 지내온 명절인데 추석까지 손댈까 싶긴 합니다.

[앵커]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는 자칭 '애민 지도자' 김정은과 추석 계기라도 배불리 먹으려는 북한 주민 간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북한 #미사일발사 #김정은 #핵무기 #추석 #Nor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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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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