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농촌·아이들 이어주는 징검다리…늘 열린 ‘예술공간’으로 변모

박준하 기자 2024. 9.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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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탄생] (9) 경기 화성 창문아트센터
전시실·체험실·텃밭 갖추고 교문 없애
농업·미술·마을 결합한 도농 교류의 장
농산물로 작품 만들고 직접 수확까지
매년 ‘예물 교환전’ 열어 주민교류 지속
23년동안 자리 지켜…연간 1만명 방문
경기 화성에서 폐교를 개보수해 설립한 창문아트센터를 20년 넘게 운영 중인 박석윤 관장이 아트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폐교 취재를 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사업을 10년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폐교는 시설물이 크고, 임대 형태도 다양해 재활용하고도 몇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2001년 문을 연 후 시골 마을에 23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경기 화성 창문아트센터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예술과 지역, 그리고 농업을 결합해 연간 1만명이 방문하는 아트센터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은 비결은 뭘까.

화성시 남양읍 수화리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창문아트센터는 1952년 개교한 뒤 2000년 폐교한 창문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탄생한 곳이다. 이 일대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공장이나 식당도 없이 폐교 주변에 몇몇 가구만 자리해 있다. 이곳을 임차한 사람은 당시 지역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박석윤 관장이다. 그는 자신이 아는 연극·디자인·조각·회화 등 예술계통 교수 9명을 모아 학교를 빌렸다. 교수들은 창문아트센터를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때는 25명이 폐교를 채웠지만 지금은 7명만 남아 있다.

박 관장은 “프랑스 유학 시절 많은 유휴부지가 예술과 만나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지역사회를 살리고 관광객을 불러들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폐교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창문초등학교 복도는 멋진 전시 공간이 됐다.

창문아트센터는 1만2560㎡(3800평) 부지에 전시실과 체험실, 농촌 체험 텃밭 등을 갖추고 있다. 폐교 전부터 있던 구령대나 운동장은 그대로 뒀지만 독특한 건 교문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창문아트센터가 늘 열린 공간이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에서 나왔다. 특히 창문아트센터 프로그램은 농촌 체험과 결합한 것이 많다. 물론 처음부터 농촌과 결합을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폐교가 숨 쉬려면 지역주민과의 상생이 필수적이라는 걸 체감했던 까닭이다.

박 관장은 “예전엔 텃세도 있었지만 지역주민들은 곧 마음을 열고 폐교 행사를 자신들의 일처럼 동참해줬다”며 “저부터 아이들 학교를 지역으로 옮기며 화성 주민으로서 지역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창문아트센터는 덕분에 도농 교류의 장으로 커가고 있다. 화성 내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지역 학생들이 모두 이곳을 찾는다. 학생들은 창문아트센터에서 농촌·미술 체험을 경험한다. 가령 농산물로 예술작품 만들기, 농촌 풍경 그리기, 환경을 지키는 업사이클링 미술 등을 할 수 있다. 또 수확철에는 농산물을 직접 따보고, 겨울철에는 스케이트와 눈썰매를 만들며 놀기도 한다. 아이들은 폐교와 함께 무럭무럭 추억을 키워나간다.

창문아트센터는 농촌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탈곡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화성=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창문아트센터

박 관장은 창문아트센터에서 농산물과 작품을 교환하는 ‘예물 교환전’을 매년 열고, 동네 사람들에게 옛 농기구를 빌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등 폐교를 통해 예술과 농업의 연결고리를 찾아간다. 마을주민들도 이러한 폐교의 활약을 반기고 있다. 농산물 수확기에는 폐교에 농산물을 몰래 가져다주는 일도 있단다.

마을주민인 김종문씨(73)는 소식지를 통해 “미술이라는 게 낯설고 어려웠는데 창문아트센터가 동네에 오고 나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더구나 학생들에게 시골에 와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벗 삼을 기회가 생겨 주민들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창문아트센터의 남은 목표는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오래오래 존속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독자적으로 자생하기보다는 여러 기관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박 관장의 설명이다.

박 관장은 “학교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인 만큼 학생과 주민이 참여할 만한 지역·농업과 연관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많은 폐교가 예술과 문화적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더욱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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