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에도 토트넘 감독은 천하태평 "벤탄쿠르가 사과했잖아"

▲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유체이탈 화법이다. 다름 아니라 본인 팀 주장이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만 늘어 놓았다.

토트넘은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10시에 아스널과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 홈 경기를 갖는다. 두 팀의 경기는 '북런던 더비'라 불린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대표적인 라이벌 매치로 꼽히는 더비다.

이 경기를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기자회견을 소화했다. 하지만 정작 영국 현지 기자들은 '북런던 더비'보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 처벌 여부를 주목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과 벤탄쿠르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두 선수는 서로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벤탄쿠르는 이미 자신의 말에 사과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가까운 동료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것은 단순히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관용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이번에 벤탄쿠르가 실수한 것처럼 실수를 한 사람에게 그 관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로드리고 벤탄쿠르.

우루과이 출신의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지난 6월 15일 자국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라며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답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깔린 것이다.

팬들은 곧바로 벤탄쿠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찾아가 비판했다. 그 강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심상치 않은 여론을 감지한 벤탄쿠르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내 형제인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을 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메시지를 올렸다.

▲ 벤탄쿠르와 손흥민(왼쪽부터).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자체 징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나섰다. 지난 13일 "벤탄쿠르가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부정행위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징계 여부를 따지는 절차가 시작됐다"며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언행이나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 명예를 실추시켰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의 발언은 국적, 인종, 민족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기 때문에 심각한 위반"이라고 알렸다.

영국 현지에선 벤탄쿠르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거라 예상한다. 최대 12경기 출전 정지 얘기까지 나온다.

▲ 손흥민.

그런데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 옹호에만 힘 썼다. 민감한 사항인 인종차별에다가 그 피해자가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이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에게 처벌이 아닌 관용을 배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벤탄쿠르를 매우 잘 알고 있다. 매일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그를 더 잘 이해한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팀 동료인지 알고 있다. 이번에 큰 실수를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그는 처벌을 받겠지만 우리가 그에게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에서 배우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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