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사진 스폿 가려, 말아?···오버 투어리즘에 몸살 앓는 관광지

윤기은 기자 2024. 9.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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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관광객들이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의 편의점 앞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움츠러들었던 관광업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전 세계 유명 관광지의 주민들이 ‘오버 투어리즘(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해 혼잡하거나 과밀화되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일어난 올해 각종 사건을 소개합니다.

‘인스타 핫플’에 가림막 설치한 후지카와구치코 마을
지난 5월21일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의 편의점 앞에 가림막이 설치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자주 뜨는 사진이 있습니다. 일본 유명 프랜차이즈 ‘로손’ 편의점의 파란색 간판 뒤로 높게 솟아오른 후지산의 모습 담은 사진입니다.

‘후지산 인증사진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도쿄 서쪽에 있는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입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 뒤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이곳 마을 사람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관광객들이 마을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거나, 사유지에 슬쩍 들어가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고 합니다.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불법 주·정차하는 사람들로 인해 교통이 혼잡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후지카와구치코 당국은 지난 5월21일, 관광객이 이곳에서 사진을 못 찍게 로손 편의점 앞에 높이 2.5m, 폭 20m의 대형 가림막을 설치했습니다.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가림막을 설치한 후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후지카와구치코 당국은 설치 약 3개월 만인 지난 8월20일에 이 가림막을 치웠습니다. 태풍 7호 ‘암필’이 예보됐고, 거센 바람이 불면 가림막이 날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죠. 태풍은 이미 지나갔지만, 이 마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가림막을 재설치하진 않고 있습니다. 사진 스폿 주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 하던 주민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으로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주민 생활 편의와 관광 수익 속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객 겨냥하는 ‘바르셀로나 물총단’
지난 7월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객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건축계 거장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저택, FC 바르셀로나팀의 홈구장인 캄프 누,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모인 ‘피카소 박물관’…….

모두 남유럽 스페인 수도 바르셀로나의 인기 관광지입니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이 도시를 찾은 방문객은 1150만명에 달했습니다.

풍부한 관광 자원이 누군가에겐 돈을 벌어다주는 ‘축복’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저주’로 여겨집니다. 바르셀로나에 에어비앤비 등 관광객 편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주택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집에서 쫓겨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시에 따르면 이 도시의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38%, 임대료는 68%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도시 곳곳에서 관광객 유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물총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스페인 매체 라반구아르디는 지난 7월7일부터 이틀간 ‘관광 탈성장을 위한 지역 위원회’라는 시민단체 주도로 구성된 시위대가 ‘관광객은 집에 가라’ ‘주민들만 쫓겨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도심을 행진했다고 전했습니다. 7일에는 약 3000명, 8일에는 2800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시위대는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식당 출입문에 출입 통제 벨트를 임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관광 탈성장을 위한 지역 위원회’는 정부에는 유람선 선착장과 도시 내 관광 숙박 시설 폐쇄, 구엘 공원 등 공공장소의 탈 상품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에 신음하는 주민들의 여론이 높아지자 바르셀로나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하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시내 1만101채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상대로 한 단기 임대 허가를 철회할 것이라고 지난 7월 발표했습니다.

‘어글리 코리안’ 소리 듣지 말아야겠죠?
필리핀 관광지 보홀 버진아일랜드 바닷속 산호초에 새겨진 낙서. 다닐로 메노리아스 페이스북 갈무리

동남아시아 필리핀 관광지 보홀의 바닷속 산호초에선 한국인 이름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발견돼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다이빙 강사 다닐로 메노리아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7월1일 보홀주 팡라오시 버진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KIM MIN’(김 민), ‘SOYUN’(소윤), ‘TOM’(톰) 등 최소 13개 단어가 산호에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와 보홀주 당국의 확인 결과, 그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에리코 애리스토틀 오멘타도 보홀주 주지사는 주 정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산호초를 파괴한 이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멘타도 주지사는 “우리는 산호초를 파괴에서 보호하고 구해야 한다”며 “산호초는 해양 생물을 지탱한다”며 일침했습니다.

버진아일랜드는 팡라오 섬 보호 해안 경관(PIPS)으로, 환경 보호구역입니다. 동시에 최고 수준의 다이빙 장소 중 하나로 꼽히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환경 파괴를 우려한 팡라오시는 지난 2일부터 버진아일랜드에서의 다이빙 활동을 무기한 금지했습니다.

“우리 지역에 오려면 돈 내라” 별도 관광비 거두는 유럽국
지난 7월25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그리스 산토리니섬 이아성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광객에게 방문 비용을 거두는 유럽국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뱃사공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인당 5유로(약 7500원)씩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입장료를 징수해도 관광객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베네치아가 지난 8월 초까지 약 3개월간 예상보다 훨씬 많은 48만5000장의 입장권을 팔았으며, 관광객 수는 오히려 소폭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파란 지붕과 하얀색 건물로 유명한 그리스 섬 산토리니도 크루즈선 승객으로부터 관광세를 받을 예정입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를 방문하는 크루즈선 승객에 1인당 20유로(약 2만97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지난 8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크루즈선을 타고 산토리니를 찾은 관광객은 130여만 명에 달했습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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