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단독추진” vs “왕조시대에도 불가능”… TK신공항 ‘화물터미널’ 갈등
“자투리 터 반대합니다.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겁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이번에는 국토교통부가 검토 중인 의성군의 ‘화물터미널 위치’를 놓고 시끄럽다. 의성군은 국토부가 제안한 화물터미널 위치는 자투리땅에 불과해 신공항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공항과 대구국제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민간·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다.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뒀다.
신공항의 밑그림이 하나둘 나오는 가운데 사업 추진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국토부가 검토 중인 화물터미널 위치와 의성군이 당초 국토부에 건의한 터미널 위치가 달라서다.
국토부는 민간 활주로의 동쪽 부지에 화물터미널 입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곡 지형에 군부대 시설과 인접한 터로 5만여㎡ 규모다. 반면 의성군은 해발 150m의 평탄한 산지 지형에 1단계 사업 개발 면적은 140만㎡, 이후 2배 넘는 면적까지도 확장이 가능한 서쪽 부지를 화물터미널 입지 최적지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토부는 지방공항 활성화에 전혀 관심이 없고 의성군과 군위군에 똑같은 화물터미널을 지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누가 봐도 다 같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남흥곤 의성군 이장연합회장은 "의성군은 지금까지 끌려다니며 양보만 했다“면서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이 안되면 공항은 전면 백지화”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위군 우보면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플랜B 방안도 검토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플랜B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 중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부지 대신 군위군 우보면에 건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성군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면 군위군에 단독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홍 시장은 12일 자신의 소셜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물터미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토지수용 보상가를 두고 (의성군이) 떼쓰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공항 공사는 군사공항 뿐만 아니라 민간공항 부분도 대구시가 수탁받아 통합해 건설하기로 국토부와 합의가 돼 있고 지금 통합신공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그건 국토부 사업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의 사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입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홍 시장에 발언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왕조시대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이 도지사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홍 시장의 돌출 발언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 일방적 공격 등에 대해 참아 오면서 말을 아껴왔다”며 “(홍 시장이 언급한) 플랜B를 만들겠다는 발언은 왕조시대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기 전용 터미널은 단순히 한 지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남부권 거점 산업 간 물류 구심점으로 대구·경북 전체의 경제적 도약을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라며 “원활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부-국토부-의성군과 함께 협의를 통해 화물터미널 입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도지사는 “2030년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동시 개항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토부는 민간 공항 기본계획에서 통합시공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대구시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SPC 구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의성=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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