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대응은 이중적" 따끔 일침에도...감독부터 '손흥민 인종차별' 벤탄쿠르 옹호 "누구나 실수를 한다"

고성환 2024. 9. 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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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에 대한 대응과 이브 비수마에 대한 대응을 보면 토트넘 도덕적 입장은 다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여전히 문제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모양새다.

벤탄쿠르는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기소됐다. FA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벤탄쿠르가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위법 행위 때문에 E3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FA는 "토트넘 미드필더가 부적절한 행동 혹은 욕설 및 모욕적인 말을 사용, 경기를 불명예스럽게 만들면서 FA 규정 제3조 1항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그는 국적·인종·민족 출신에 대한 명시적 혹은 암시적 언급을 포함했다. 이는 제3조 2항에 정의된 '심각한 위반'에 해당되는 주장이 있다. 벤탄쿠르는 오는 9월 19일 목요일까지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유죄 판결을 받을 시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최소 6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전 정지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스날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FA의 벤탄쿠르 기소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리그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제 그 과정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벤탄쿠르는 심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모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벤탄쿠르는 이미 자신의 말을 사과했고, 손흥민도 자신의 동료이자 친한 사람 중 한 명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실수라는 이야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외에는 현실 세계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축구선수든 길거리에 있는 사람이든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사람으로서 노력하지만, 항상 옳은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라고 벤탄쿠르를 감싸 안았다.

끝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처벌이 아닌 용서를 강조했다. 그는 "난 이전에도 그저 처벌이 아니라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적 있다. 만약 이해와 관용이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 벤탄쿠르처럼 실수를 범한 이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라며 "벤탄쿠르는 훌륭한 사람이고 환상적인 팀 동료지만, 이번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속죄하고, 배우고, 다른 사람들도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비수마 사건 때와는 다소 다른 스탠스다. 토트넘은 지난달 개막을 앞두고 비수마가 웃음가스를 흡입하자 내부 징계를 내렸다. 당시 비수마는 술에 취해 웃음가스를 마시는 영상을 직접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논란을 빚었다. 웃음가스는 항정신성 약물 아산화질소를 담은 풍선으로 엄연한 불법 행위다.

논란을 자초한 비수마는 "영상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극심한 판단력 부족이었다. 얼마나 심각한지와 건강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다. 또한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롤모델로서 내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라고 고개 숙였다.

토트넘은 빠르게 비수마에게 1경기 출장 정지를 내리며 개막전에서 제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공개적으로 따끔한 질책을 내놨다. 그는 "비수마는 정말 나쁜 결정을 내렸다. 그를 이해하고 그를 돕고, 구단으로서 그가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라. 제재가 필요하다. 여기엔 그 행동이 왜 문제인지에 관한 명확한 이해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비수마는 축구선수다. 그는 팀 동료, 서포터, 클럽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그를 다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비수마는 월요일에 뛸 수 없다. 그 외에도 그와 나, 그와 선수단 사이에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비수마는 지금부터 신뢰를 되찾으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출장 정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 사건에선 손을 놨다. 이를 본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은 비수마에겐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고, 벤탄쿠르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이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라며 토트넘의 상반된 태도를 꼬집었다.

사실 잘못의 경중을 보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했고, 한국 선수 유니폼을 달라는 말에 "쏘니?(손흥민의 별명)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악의는 없었을지 몰라도 명백한 인종차별이었다.

벤탄쿠르는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지만,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인정하는 대신 '나쁜 농담'이라고만 표현했다. 손흥민은 주장답게 벤탄쿠르의 잘못을 용서했다. 그는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침묵을 지키던 토트넘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벤탄쿠르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손흥민을 언급했던 인터뷰", "그는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다 해결됐다", "나는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한 적 없다. 오직 손흥민뿐이었다" 등의 말로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벤탄쿠르가 직접 언급한 사람은 손흥민뿐이라지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말은 분명 한국인을 넘어 동양인 전체를 차별한 말이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논리적으로(logically)' 이번 발언이 오해였다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비논리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쳤다면 무의식 중에 갖고 있던 인종차별적 시각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억울해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처분을 내리긴커녕 '피해자' 손흥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발을 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가 우리를 안내하고 이끌 것이다. 문제를 처리하고 있고, 추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럴 때 당장 뛰어들어 판결을 내리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이번 경우엔 손흥민이다. 우리는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한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감독이나 구단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명확히 문제를 정리하고 인종차별에 선을 긋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런 얘기는 일절 없었다. 최소한 벤탄쿠르의 발언은 인종차별이 맞고 재발을 막겠다는 말은 나와야 했다.

디 애슬레틱도 이 지점을 꼬집은 것. 매체는 "벤탄쿠르에 대한 대응과 비수마에 대한 대응을 보면 토트넘의 도덕적 입장은 다르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찾는 부담을 손흥민에게 떠넘기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피해자다. 적절한 처벌을 결정하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라고 일침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 측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 벤탄쿠르를 기소할지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공개 사과가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벤탄쿠르가 '나쁜 농담이었다'라고 말한 건 자기 발언으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추가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웃음 가스를 마신 비수마는 신뢰 회복이 필요하고, 동료를 인종차별한 벤탄쿠르는 괜찮다는 것도 모순이다. 디 애슬레틱은 "비수마가 라커룸에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면 벤탄쿠르도 관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토트넘은 1200만 명에 달하는 한국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벤탄쿠르를 용서하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비수마는 출장 정지시키고 벤탄쿠르는 처벌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라는 디 애슬레틱의 지적에도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용서도 좋지만, 그 전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매듭 짓고 나아가야 한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홋스퍼, 이브 비수마, 데일리 메일, ESPN UK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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