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밥상이 더 비싸”...5년새 대도시 따라잡은 도 지역 물가
코로나를 거치며 일반 도 지역의 농산물과 외식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특·광역시와 같은 대도시권의 가격 수준을 따라잡거나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망이 발달한 대도시에서는 저가 시장이 두텁게 형성되면서 물가 부담을 덜었지만, 도 지역은 코로나 시기 먹거리 가격이 뛰는 그대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소비자들 사이에선 “집값 빼고는 서울이 더 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북 삼계탕이 전국서 제일 비싸
13일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를 통해 주요 농산물과 외식 18품목의 지역별 가격을 비교한 결과, 지난 2019년 7월 대비 올해 7월에 11품목에 대해 일반 도 지역 7곳(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의 평균 가격이 특·광역시 7곳(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의 평균 가격을 따라잡거나 넘어섰다. 18품목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배추, 무, 감자, 고춧가루, 콩, 쌀, 냉면, 비빔밥, 김치찌개백반, 외식삼겹살, 자장면, 삼계탕, 칼국수, 김밥 등인데, 이 중 돼지고기와 배추, 무, 감자, 콩, 쌀, 비빔밥, 김치찌개백반, 삼겹살, 삼계탕, 김밥 등에 대해 도 지역의 물가가 더 가파르게 뛰면서 대도시권 물가를 맹추격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7월 기준으로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특·광역시 7곳 평균 가격이 도 지역 7곳 평균 가격보다 680원 비쌌지만, 올해 7월 기준으로는 그 격차가 138원으로 좁혀졌다. 돼지고기 100g 가격 차이도 2019년 7월 179원에서 올해 7월 120원으로 줄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2019년 7월 기준으로 도 지역이 특·광역시보다 93원 더 비쌌는데, 올해 7월 들어 177원 더 비싸졌다.
지역에 사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웬만한 외식 메뉴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오히려 싸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에서 삼계탕 평균 가격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전북(1만7200원)이었다. 여수에 사는 직장인 강모(31)씨는 “2020년 회사에 입사하면서 여수로 내려왔는데, 그때 8000원 하던 백반이 이제는 1만원씩 받는다”며 “서울에선 7000~8000원짜리 저렴한 메뉴들도 있는데, 여수는 외식하려면 1만원은 기본”이라고 했다.
◇대도시 중심 유통 구조가 지역 물가 자극
대도시 밖에서 먹거리 가격이 더 비싸지는 이유로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의 유통 구조가 거론된다. 지난달 기준 채소와 과일 등 청과류 가운데 도매시장을 통해 출하된 물량은 17만2000톤인데, 그 중 93%에 해당하는 16만톤이 서울 가락도매시장을 통했다. 강원도에서 재배한 사과를 경북 안동의 공판장까지 실어 갔다가, 다시 강원도로 들여 오는 일도 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역별로 유통 거점 등을 마련하고 온라인 도매시장을 적극 육성하는 등, 유통 비용을 절감해야 치솟는 지역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도 지역의 소비력이 계속 떨어진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수요가 풍부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박리다매’식 판매가 가능하지만, 지역에서는 저가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그에 대응해 저가 물품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지만, 수도권 밖 지역은 시장 자체가 한정돼있다보니 사실상 대부분의 물품을 정가 혹은 그 이상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물가가 치솟는 시기에는 정부에서 도 지역으로 저가 품목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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