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vs 전남도, 공항이전 놓고 아슬아슬한 ‘입씨름’…‘함흥차사’ vs ‘가벼운 언행’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9. 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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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시장 ‘뜨뜻미지근·함흥차사’ 표현 써가며 전남도에 유감 표출
전남도 3차 입장문, 함흥차사 재언급에 “공개사과 안하면 중대조치”
”공항 이전 당사자 역할 망각한 채 사실과 다른 내용 잇따라 내뱉어“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과 전남도가 아슬아슬한 '갑론을박'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9일 광산구, 12일 서구에서 가진 통합공항 이전 주민설명회에서 전남도에 대해 약속만 해놓고 군공항 이전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는 취지의 '함흥차사(咸興差使)' 발언을 했다. 이에 전남도는 강 시장의 거듭된 '함흥차사' 발언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전남도는 강 시장에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하지 않을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광주공항에서 이륙한 제1전투비행단 전투기가 광주 상공을 날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전날 대변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강 시장이 앞서 지난 12일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주민설명회에서 '함평을 광주시장이 안 하겠다고 하면 무안으로 통합시켜주겠다는 것이 전남도지사의 약속이었다'고 한 발언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시장의 통합공항 이전을 둘러싼 강경 발언에 대응한 세번째 입장문이다. 

입장문에 따르면 도는 군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SOC 등이 갖춰진 무안국제공항으로 민간·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판단, 지난해 5월 도민담화문을 통해 '군공항은 함평이 아닌 무안으로 통합 이전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입장을 밝힌 뒤 도지사가 직접 도민께 진심어린 큰절을 올렸다.

또 12월에는 무안군민과 소통하기 위해 1시간 넘게 반대 단체와 대치하면서도 3조 원 규모의 무안 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6차례의 강연회·설명회와 각종 언론매체 홍보, 리플릿 배부 등 무안군민 설득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 전남도의 주장이다. 

강 시장이 '뜨뜻미지근하다' '함흥차사' 등의 용어를 써가며 전남도를 비판한 것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작년부터 무안군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 민간·군공항 무안 이전과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게 전남도청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남도청 전경 ⓒ전남도

전남도는 "지난 7월에는 전남도의 노력으로 6년 만에 어렵게 3자 회동이 성사됐지만, 광주시장이 무안군민 설득을 위한 비전과 구체적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전남도는 "이런 상황에서도 광주시장은 두 차례에 걸쳐 대중 앞에서 '함흥차사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전남도지사뿐만 아니라 전남도 공직자와 도민 전체를 비하했다"며 "광주시는 '함흥차사 발언'에 대해 180만 전남도민에게 즉시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남도는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광주 민간공항을 보내지 않아도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올해는 이용객 50만 명, 내년에는 100만 명도 바라볼 수 있고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가 개통해 무안공항역사가 신설되면 200만 명 이상도 이용할 수 있다"며 "광주시장은 군공항 문제 해결 당사자로서 무안군민을 설득하고 전남도민께 진심 어린 호소를 해야 할 입장이다. 제 역할을 망각하는 본말전도 발언을 삼가고 군공항 문제 해결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9일 열린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광산구 주민설명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앞서 강 시장은 지난 9일 광산구, 12일 서구에서 가진 통합공항 이전 주민설명회에서 전남도에 대해 '함흥차사'라고 발언하며 전남도의 신경을 긁었다.

강 시장은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전남과도 이야기해보면 뜨뜻미지근하다.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작년 12월에 광주 민·군 공항을 무안으로 통합 이전하기로 합의해놓고, 함흥차사다"라고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 전남도가 통합공항 이전 합의에 손을 놓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다렸던 전남도의 통합공항 이전 노력이 함흥차사 격으로 종무소식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전남도는 두 차례에 걸쳐 강기정 광주시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남도는 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김영록 전남지사가 직접 '반박'하는 대신 대변인 명의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양 단체장의 정면 충돌 양상을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A4 한쪽짜리 1차 입장문에서는 '광주시가 군공항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2차에선 함흥차사 발언과 관련 '무안군에 보따리를 먼저 가지고 와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광주시장이 공개 장소에서 재차 함흥차사를 언급하자 그간의 노력을 폄훼한 것으로 보고 기류가 급변했다. 3차 입장문에선 강 시장의 가벼운 언행에 일침을 가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지자체를 상대로 한 입장문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최고수위다. 그동안 쌓인 불쾌감과 불만을 대변인 이름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강 시장의 발언 이후 전남도가 반박 성명서를 내는 등 양 측이 거친 말로 갑론을박하면서 시·도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군공항 이전사업 또한 '예측 불가' 난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전남도가 요구한 공개사과 등 초강수에 대해 강 시장의 대응 여하에 따라 양 측 사이 형성된 갈등이 세력을 키울지, 약화될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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