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가드' 이정현 "이현중·여준석과 대표팀서 모였으면"
일본 에이스 가와무라엔 "나보다 위"…'개인 기록보다 승리' 다짐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리나라 프로농구 최고 가드로 올라선 이정현(25·소노)은 올여름 아쉬움과 부러움에 속이 탔다.
이웃 나라 일본 농구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 강호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일본은 대회 개최국이자 준우승팀 프랑스를 조별리그에서 잡을 뻔했다. 4쿼터 막판 석연치 않은 반칙 판정이 나온 끝에 연장전까지 거쳐 90-94로 석패했다.
지난 13일 소노의 전지훈련지인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이정현은 "일본 경기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우리랑 평가전을 한 팀이 정상급 국가들과 비등한 경기를 펼치는 걸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특히 일본의 에이스 가와무라 유키(23·요코하마)의 활약에 감탄했다. 172㎝의 단신인 가와무라는 프랑스의 장신 수비진을 상대로 29점 6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이정현은 "소름이 돋았다. 아시아 팀이 유럽 팀과 그렇게 맞붙을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개인 활약으로만 보면 가와무라에게 밀리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와무라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그런 활약을 펼쳤다.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현은 우리나라도 올림픽과 같은 주요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최근 몇 년간 정예 전력이 가동된 적이 없다.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로 꼽히는 이현중(23·일라와라)과 기대주 여준석(22·곤자가대)이 대표팀보다는 해외 무대 도전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이정현의 동년배다. 이정현은 두 선수가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면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이정현, 하윤기(25·kt) 등 기존 주축이 버티는 대표팀에 기동력, 높이, 외곽을 갖춘 2m 이상의 젊은 포워드가 더해지는 터라 전력이 대폭 상승한다.
이정현은 "우리가 언제 대표팀에서 모이자고 따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면서도 "둘 다 청소년대표팀부터 차근차근 함께 올라왔던 선수들이라 마음에 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22.8점 6.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 가드로 올라선 이정현도 해외 리그에 경쟁력을 확인해보고픈 마음이 있다.
이정현은 "한 시즌이 끝나면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돌아본다. 아무리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했더라도 팀 성적이 아쉬웠다"며 "(김승기) 감독님께서도 그러셨지만 이런 부분에서 발전한다면 해외 도전 기회가 한 번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개인 성적이 좋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항상 마음이 공허했다. 농구라는 종목은 어쨌든 이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이정현의 맹활약에도 소노는 20승 34패에 그쳐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이정현은 "이제 개인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팀이 이기려면 공격뿐 아니라 수비가 중요하다. 뒤진 상황에서는 수비로 뒤집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노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지난 7월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이정현은 27, 23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거리와 상관없이 3점을 던지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다만 당시 대표팀은 이정현과 동년배의 젊은 선수로 위주로 꾸려졌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선발되는 대표팀에서도 이정현이 에이스 역할을 해내려면 과제가 남았다. 과감한 3점 세례를 선호하지 않는 베테랑 선수가 있다면 팀 내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이정현은 "그런 역할을 맡으려면 선수끼리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날 믿어줘서 실수가 나와도 자신 있게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전 연령대에서 모이는 대표팀에서도 신뢰받으려면 리그나 다른 경기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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