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특집]
농경사회에서의 추석은 한 해 걷이를 앞둔 시점의 큰 축제와도 같았다. 지금의 명절은 연휴와 휴가가 주어지는 공휴일의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추석은 모든 것이 풍부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가을의 저녁, 가을이 저문다’
음력 8월 보름에 해당하는 추석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우리 민족의 5대 대표 명절 중 하나이기도 한 추석은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하고 있어 명절의 꽃으로 불린다.
가을 추(秋)에 저녁 석(夕)을 쓰는 추석은 ‘가을의 저녁, 즉 가을이 저문다’는 뜻으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곡식 수확이 완료되는 시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지만 한 해의 농작물을 수확하기 직전 가장 풍족한 시기를 앞두고 풍년을 기원하며 기쁘게 맞는 명절인 것.
햇곡식으로 밥과 떡을 빚고 술과 햇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전통적인 추석의 가장 큰 의미였다.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음식을 서로 교환하며 넉넉한 인심을 나눴고 한 해 농사의 마감과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전통 농경시대의 미덕이었다.
추석의 유래는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오지만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없다. 12세기 삼국사기에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명절로 언급된 것으로 미뤄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됐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가배(嘉俳) 또는 가배일(嘉俳日)은 신라 3대 유리왕 32년부터 시작된 가배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가배놀이란 매년 음력 7월 중순부터 8월 보름까지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눠 베틀 짜는 경기를 벌이고 왕이 심사하는 놀이였는데, 이때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장만해 푸짐하게 대접하고 춤과 노래를 더해 신나게 논 것을 ‘가배’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추석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순우리말인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를 합친 말로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 학자 김매순이 한양(서울)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4대 명절 중 하나였던 추석이 중요한 명절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 있다. 이 책은 추석에 대해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추석엔 으레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은 잡아 반찬을 만들고 안주나 과일도 상에 가득 차렸다”고 기록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명절에만 즐기는 음식
명절에 먹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고 한다. 추석에 먹는 음식은 사실상 설날의 음식과 큰 차이는 없으나 추수를 앞둔 계절이라 모든 것이 제철에 갓 생산한 재료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햇곡식으로 지은 밥은 유난히 기름지고 신선하며 그 쌀로 빚은 떡도 맛이 좋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도 햅쌀로 빚고 속에 넣는 콩, 팥, 밤, 대추 등도 모두 햇곡식으로 빚었다.
추석 음식은 먹는 것 그 이상이다. 이는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요리로 표현한 것이다. 이 명절에 제공되는 각 요리는 한국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땅, 사람,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들이 밥상에 모여 전통 음식을 나누면서 계절의 맛을 즐길 뿐만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세대를 연결해 온 의식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추석 음식은 몸과 마음 모두에 영양을 공급하며 축제의 지속적인 유산의 필수적인 부분이 된다.
풍년을 기원하는 여성들의 놀이
추석의 대표 놀이문화로는 1966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보존, 계승되고 있는 ‘강강술래’를 빼놓을 수 없다. 호남지역의 여성들이 즐겨하던 집단놀이로 시작된 강강술래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밤에 외출하는 것이 어려웠던 과거의 여성들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였다.
우리나라 춤 중 유일하게 손을 잡고 추는 집단무용이기도 한 강강술래는 손을 잡고 도는 원형을 기본으로 하되 춤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선창자의 노래에 맞춰 원을 그리며 왼쪽으로 돌기 시작하는데 진양조의 느린 가락으로 진행되는 춤을 ‘늦은강강술래’라고 한다. 그러다가 보통 걸음 정도의 빠르기로 중모리·중중모리 장단에 해당하는 ‘중강강술래’로 이어지고 점차 자진모리장단으로 향하면서 도는 속도가 빨라져 손을 잡은 간격도 넓어지고 원의 크기도 커진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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