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추석 5일장을 찾아서

김봉규 기자 2024. 9.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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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의 5일 장터에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 장터를 찾은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무대로 나와 어깨를 들썩인다 . 추석을 앞둔 강원도 지역 시·군·면 6 곳에서 열린 대목 5일 장터를 찾았다 . 역시 장터에서 빼곡한 상인들의 좌판과 붐비는 사람들 틈새로 사고자 하는 물건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그럼에도 대도시의 대목 장터는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었다 . 햇밤을 깎는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 시골 아낙네들이 더덕과 도라지를 까는 향기가 장터 주변을 은은하게 흐른다 . 여기저기서 물건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 상인들은 물건을 덤으로 얹어주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 대형 할인점 1+1 행사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장터의 풍경이다 . 눈여겨 살펴보니 장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다 .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전동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많고 ,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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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5일장은 사라져가지만, 추석 인심은 여전히 넉넉
13일 오후 강원도 영월읍 중앙경로당에서 어르신 18명이 치매 예방 체조를 마친 뒤 객지의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사랑한다”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정선군의 5일 장터에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 장터를 찾은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무대로 나와 어깨를 들썩인다 . 추석을 앞둔 강원도 지역 시·군·면 6 곳에서 열린 대목 5일 장터를 찾았다 . 역시 장터에서 빼곡한 상인들의 좌판과 붐비는 사람들 틈새로 사고자 하는 물건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장터 입구에 들어서자 코를 자극하는 꾸덕꾸덕 말린 생선 냄새가 난다 . 추석 밑 대목장답게 차례상에 올릴 제수 용품들이 많이 보인다 . 다행히 금 사과가 수확 철을 맞아 가격이 내렸다 .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사과가 4천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반응은 씁쓸했다 . 한 노부부는 “ 차례상 준비비용이 28만 원이라고 보도하는데 , 실제로는 그보다 서너 배는 더 든다 ” 며 “ 최근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 ” 라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토로했다 .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열리는 5일 장터를 찾아가는 길은 여러 고갯길을 넘어야 했다. 11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5일(1,6) 장터는 한반도면에서 주천면으로 넘어가는 ‘군등치’라는 고갯길을 넘어가야 한다. ‘군등치’는 임금이 오르신 고개라는 의미인데, 1457년 단종이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갈 때 거쳐 간 길이다. 산골 마을은 밤새 구름도 내려앉아 안개되어 쉬는 풍경이 펼쳐졌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1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5일장에서 김귀옥(80) 어르신이 집 텃밭에서 키운 가지, 동부(송편소), 호박, 고사리 등을 팔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0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경의선 용문역 앞에서 용문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장을 보던 한 노부부는 “차례상 준비비용이 28만 원이라고 보도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서너 배는 더 든다”며 “최근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토로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0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경의선 용문역 앞에서 열린 용문 오일장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구이 냄새가 장터에 가득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장터에서 30 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 이렇게 더운 적은 없었다 . 평소 추석을 앞두고는 날씨가 선선했었다 . 사람들이 더우니 장에 오질 않는다 . 이번 폭염에 시골 노인들이 다들 어떻게 되셨나 하는 걱정이 든다 . 좋지 않은 경기 탓도 있고 대형 마트 영향도 있긴 하지만 , 추석 밑 대목장일 때는 직원 4~5명을 두고도 정신이 없었는데 , 지금은 남편과 둘도 한가하다 ” 라고 설명했다 .

그럼에도 대도시의 대목 장터는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었다 . 햇밤을 깎는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 시골 아낙네들이 더덕과 도라지를 까는 향기가 장터 주변을 은은하게 흐른다 . 여기저기서 물건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 상인들은 물건을 덤으로 얹어주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 대형 할인점 1+1 행사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장터의 풍경이다 . 눈여겨 살펴보니 장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다 .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전동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많고 ,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2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중앙시장 부근 삼척5일장에서 김해자(81) 어르신이 반려견 해라와 함께 장을 보고 있다. 김 할머니는 “요즘은 해라와 함께 항상 같이 다닌다”고 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중앙시장 부근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삼척5일장 대목장이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중앙시장 내 만물상회 주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만물상회 가게에는 대추, 북어포, 약과, 알록달록한 사탕, 산자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제수용품으로 가득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1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중앙시장 내 낙원떡집에서 딸, 사위, 아들 등 가족이 총출동해 송편을 빚고 있다. 떡집 사장 태호현(41)씨는 “내일이면 추석 밑에 열리는 대목장이어서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아 가족 모두가 늦은 시간까지 송편을 빚었다”고 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나마 시 단위 오일장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읍 · 면 단위 장터는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서 열린 가교리 5 일 장터는 썰렁했다 . 채소와 이불을 파는 좌판 서너개가 전부다 . 근덕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 내가 40 년 이상을 장터를 돌아다녔지만 , 면 단위 오일장은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장터도 곧 사라지게 될 것 같다 ” 라고 말했다 . 근덕면 동네 어르신들은 “2000 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날에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 이제는 아이들도 없고 마을 가구 수도 줄어든 상황에서 교통이 좋아져 다들 큰 도시로 장을 보러 나간다 ” 고 말했다 . 장터 중심에 우뚝 서 있는 강원도 기념물 14 호 보호수로 지정된 2000 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만 마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

11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교가리 5일장터가 썰렁하다. 장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좌판 3~4개가 전부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장터 인근에 우뚝 선 느티나무 옆 평상에 어르신 대 여섯 분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이 밀고 온 노인 보행기가 할머니 숫자만큼 세워져 있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강원도 정선군 5일장에서 한 어르신이 허리에 붙일 파스를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강원도 정선군 5일장에서 시민들이 가수 현아의 트로트 공연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느티나무 인근 평상에 할머니 대여섯분이 앉아계셨다 . 최근 백내장 수술을 해 안대를 하고 계신 91 세 할머니는 수술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집에 있던 김 , 왕눈깔사탕 , 전통 과자 , 검은 고무줄을 장터에 내놓고 있었다 . 다른 어르신들도 아흔이 넘은 고령이었다 . 그들이 밀고 온 보행기가 어르신 수만큼 서 있었다 . 산골 마을에서 열리는 장터의 북적거림을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한 기자에게 할머니들은 “ 이젠 시골엔 사람이 없어 ” 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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