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추석 5일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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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의 5일 장터에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 장터를 찾은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무대로 나와 어깨를 들썩인다 . 추석을 앞둔 강원도 지역 시·군·면 6 곳에서 열린 대목 5일 장터를 찾았다 . 역시 장터에서 빼곡한 상인들의 좌판과 붐비는 사람들 틈새로 사고자 하는 물건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그럼에도 대도시의 대목 장터는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었다 . 햇밤을 깎는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 시골 아낙네들이 더덕과 도라지를 까는 향기가 장터 주변을 은은하게 흐른다 . 여기저기서 물건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 상인들은 물건을 덤으로 얹어주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 대형 할인점 1+1 행사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장터의 풍경이다 . 눈여겨 살펴보니 장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다 .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전동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많고 ,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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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의 5일 장터에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진다 . 장터를 찾은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무대로 나와 어깨를 들썩인다 . 추석을 앞둔 강원도 지역 시·군·면 6 곳에서 열린 대목 5일 장터를 찾았다 . 역시 장터에서 빼곡한 상인들의 좌판과 붐비는 사람들 틈새로 사고자 하는 물건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장터 입구에 들어서자 코를 자극하는 꾸덕꾸덕 말린 생선 냄새가 난다 . 추석 밑 대목장답게 차례상에 올릴 제수 용품들이 많이 보인다 . 다행히 금 사과가 수확 철을 맞아 가격이 내렸다 .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사과가 4천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반응은 씁쓸했다 . 한 노부부는 “ 차례상 준비비용이 28만 원이라고 보도하는데 , 실제로는 그보다 서너 배는 더 든다 ” 며 “ 최근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 ” 라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토로했다 .
장터에서 30 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 이렇게 더운 적은 없었다 . 평소 추석을 앞두고는 날씨가 선선했었다 . 사람들이 더우니 장에 오질 않는다 . 이번 폭염에 시골 노인들이 다들 어떻게 되셨나 하는 걱정이 든다 . 좋지 않은 경기 탓도 있고 대형 마트 영향도 있긴 하지만 , 추석 밑 대목장일 때는 직원 4~5명을 두고도 정신이 없었는데 , 지금은 남편과 둘도 한가하다 ” 라고 설명했다 .
그럼에도 대도시의 대목 장터는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었다 . 햇밤을 깎는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 시골 아낙네들이 더덕과 도라지를 까는 향기가 장터 주변을 은은하게 흐른다 . 여기저기서 물건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 상인들은 물건을 덤으로 얹어주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 대형 할인점 1+1 행사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장터의 풍경이다 . 눈여겨 살펴보니 장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다 .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전동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많고 ,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시 단위 오일장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읍 · 면 단위 장터는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서 열린 가교리 5 일 장터는 썰렁했다 . 채소와 이불을 파는 좌판 서너개가 전부다 . 근덕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 내가 40 년 이상을 장터를 돌아다녔지만 , 면 단위 오일장은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장터도 곧 사라지게 될 것 같다 ” 라고 말했다 . 근덕면 동네 어르신들은 “2000 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날에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 이제는 아이들도 없고 마을 가구 수도 줄어든 상황에서 교통이 좋아져 다들 큰 도시로 장을 보러 나간다 ” 고 말했다 . 장터 중심에 우뚝 서 있는 강원도 기념물 14 호 보호수로 지정된 2000 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만 마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
느티나무 인근 평상에 할머니 대여섯분이 앉아계셨다 . 최근 백내장 수술을 해 안대를 하고 계신 91 세 할머니는 수술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집에 있던 김 , 왕눈깔사탕 , 전통 과자 , 검은 고무줄을 장터에 내놓고 있었다 . 다른 어르신들도 아흔이 넘은 고령이었다 . 그들이 밀고 온 보행기가 어르신 수만큼 서 있었다 . 산골 마을에서 열리는 장터의 북적거림을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한 기자에게 할머니들은 “ 이젠 시골엔 사람이 없어 ” 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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