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들의 ‘희망 드리블’… 스위트홈 꿈꾼다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축구 대회 통해 자립의 기회 선사
대표팀 출전 82명 중 25명 취업
탈시설·지역사회 정착 32명 달해
亞 국가 최초 서울대회 21일 개막
“인생 목표를 세웠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탈시설과 취업 등으로 새 삶 찾아간 선수들
앞서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출정식에서 주장 김성준(25) 선수는 2019년 카디프 대회에 출전한 주변 홈리스의 인생관 변화를 보며 대회 참가를 갈망했다고 밝혔다. 포악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온 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모습을 봤다면서다. 오는 21~2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에는 그를 포함해 선수 총 8명이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다.
대회에 나섰던 홈리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묻자 김성준 선수는 빅이슈코리아를 통해 전한 답변에서 “2019년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이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됐다”고 답했다. 이들이 봉사활동이나 취업 등으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면서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나머지 선수들도 홈리스월드컵 이후 삶이 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달라진 삶에 대한 희망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심리 상담과 자립 지원 프로그램 제공 혜택이 주어지는 것과 맞닿아 있다. 201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대표팀 선수로 나선 홈리스 82명은 저마다 대회 출전 1년 사이 변화를 겪었다.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이 32명으로 가장 많고, 25명은 취업했다. 임대주택 입주 사례는 19명이며, 그 외 가족 관계 회복 등 사례도 있다.
자립의 발판인 만큼 출전을 원하는 이들도 많다. 올해 선수 선발은 최초 31명을 뽑아 예비엔트리 11명을 추린 후, 훈련을 거쳐 8명을 확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한별 감독과 코칭스태프 지휘 아래 자립준비청년과 회복지원시설 거주 청소년, 지적 장애인과 난민 신청자가 대표로 뛴다.
◆단순한 대회 아닌…사회 구성원으로 가는 길
홈리스월드컵을 주관하는 영국의 홈리스월드컵 재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국가마다 홈리스 의미가 다양하다는 것을 안다”며 “각국의 홈리스 정의를 존중한다”고 밝힌다. 재단은 “축구팀 일원이 된다는 것은 작지만 큰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라며 “타인과의 관계 형성 등으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훈 한국 대표팀 단장은 출정식에서 “한국에서 홈리스는 ‘노숙자’라는 낙인 관점 단어로 쓰인다”며 고시원이나 PC방 등을 전전하는 비주택 거주민의 기본권 보장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좁은 의미의 홈리스를 선수로 뽑았다가 난민 신청자와 장애인으로 범위를 확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리스월드컵은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개최돼 매년 각국 대회에서 홈리스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선사해왔다. 올해는 43개국 57개팀(선수 450여명)이 참가하며, 아시아 국가 첫 개최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국내에서는 ‘빅이슈’ 판매원들의 2010년 대회 출전을 다룬 영화 ‘드림’의 지난해 개봉으로 널리 알려졌다.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가 열연했다.
팀당 최대 8명으로 구성하고 많은 홈리스에게 선수 경험을 제공하고자 차기 대회 재출전은 불가능하다. 경기는 4대 4 풋살 방식으로 전·후반 7분씩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브라질 그리고 스코틀랜드 등이 역대 우승 국가다.
빅이슈코리아와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 나눔재단이 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 이근호 조직위 위원장은 대회 출전이 선수들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랐고, 한준희 부위원장도 “대회 후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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