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월드컵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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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다.
둥근 공을 발로 차고, 머리로 맞히고, 손으로 막는다.
2024년 9월 말, 서울에서 홈리스월드컵이 열린다.
본편은 9월 말 월드컵이 열리는 한양대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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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공은 둥글다. 둥근 공을 발로 차고, 머리로 맞히고, 손으로 막는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매 순간 예상이 어렵다. 미리 짜는 것도 아닌데 경기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부른다. 선수들이 작은 공 하나로 만드는 이야기에 우리는 열광한다. 축구가 가진 힘이다. 이런 축구의 영향력을 좋은 곳에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축구를 통해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홈리스월드컵이다. 이 행사의 목적은 도시의 주거와 빈곤 문제를 끝내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축구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다.
한국은 2010년 처음 대회에 나간 뒤로 다양한 범주의 홈리스가 출전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먼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개별 선수들이 새로운 경험만 하고 돌아오는 걸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2024년 9월 말, 서울에서 홈리스월드컵이 열린다. 아시아 최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국내의 많은 홈리스가 국가대표에 지원했다. 자립준비청년과 위기청소년, 난민과 장애인 11명이 모여 일주일 동안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종 8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회에 나가는 것은 8명이지만, 이미 11명은 하나의 가족이자 ‘원팀’이 됐다. 대회 시작도 전에 만든 작은 변화다.
선수들은 준비를 마치고 출정식까지 했는데,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후원이다. 서울이 개최지로 정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도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개최지 발표 이후 기업은 후원을 철회했고,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대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후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후원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후원액수는 아직까지 ‘0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명칭후원’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름만 빌려주고 있다.
둘째는 관심이다. 관심이 선수들의 변화를 돕고, 사회를 바꿀 밑거름이 된다. 축구에 관중과 팬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처럼 홈리스월드컵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홈리스가 무엇인지, 사회제도가 왜 바뀌어야 하는지 복잡한 설명이 어렵다면, 경기와 이야기만 즐겨도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둥근 공이 굴러갈 일만 남았다. 어디로 구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그 경로의 예고편이다. 본편은 9월 말 월드컵이 열리는 한양대에서 개막한다. 꼭 직관하시길.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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