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배상윤 행방에…1년 넘게 멈춘 ‘알펜시아 입찰 비리’ 檢 수사
이른바 ‘알펜시아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넘게 사실상 멈춘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이 의혹은 2022년 6월 KH그룹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강원도와 공모해 경쟁 입찰인 것처럼 외관을 꾸미고, 실제로는 단독 입찰을 따냈다는 것이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이때 인수대금 4500억여 원을 마련하면서 계열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입찰 자금을 지원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오가며 추적 피해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배 회장이 해외로 도피‧잠적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배 회장은 지난 2022년 6월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이후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도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베트남과 캄보디아 접경지대에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은 약 1255km에 달해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작년 3월 배 회장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1년 6개월째 신병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이 의혹과 관련해 KH그룹 임직원 다수를 조사했다. 작년 7월엔 최문순 전 강원지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상태다.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를 인수할 수 있도록 최 전 지사와 KH그룹 측이 계열사인 KH리츠를 허위 입찰자로 내세우기로 사전에 공모한 뒤 입찰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공모 관계에 있는 최 전 지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만큼, 배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사건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식 공수‧홀인원 축하…'황제도피’ 논란
배 회장이 ‘황제도피’ 생활을 즐긴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작년 5월 배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KH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 회장은)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수행원의 수발을 받으며 호화 리조트, 골프장 등을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또 “횡령한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 상당을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했다.
검찰은 배 회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10명 안팎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호화 도피를 즐긴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은 가족을 베트남으로 불러들여 ‘요트 선상 파티’를 즐기고,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해 축하 술자리도 가졌다고 한다.
◇법조계 “신병 확보 미루면 안돼”
배 회장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답보 상태에 빠진 다른 수사의 실마리도 풀릴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이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 입찰 비리 의혹 외에도 ‘KH 주가조작’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KH그룹이 미국의 한 바이오회사와 함께 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회사 주가를 띄워 631억원을 챙겼다는 혐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지난 7월 전 KH필룩스 부회장 안모씨를 필리핀에서 체포해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 기소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외도피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우리나라로 송환되면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수사가 급물살을 탄 바 있다”며 “사법 당국이 배 회장의 신병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라임 펀드 비리’ 사태 주범 이인광 전 에스모 회장은 프랑스 현지에서 체포될 때까지 4년 5개월동안 도피 생활을 했다”며 “배 회장 소재 파악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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