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 미사일, 러 타격 제한 변함없다”…충돌 직전 ‘반발’ 물러서
서방이 자신들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공격 허가를 놓고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일보 직전에서 반발짝 물러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3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서방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공격 허가에 대한 어떠한 결정이 있었다는 신호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영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섀도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로 발사할 수 있도록 바이든을 설득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자신들이 “여러분이 예상했던대로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중동이나 인도-태평양 등 많은 전선들에 대한 길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만 말했다. 백악관도 정상들이 “이란과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치명적 무기 공급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현했다고만 밝히고, 우크라이나의 무기 사용 원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인 서방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공격에 대한 합의나 진전이 없었다는 시사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두 정상의 회담에 앞선 브리핑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내 공격에 사용하지 않도록 한 제한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제공한 스톰섀도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 공격에 사용하는데 적극적인 입장이나, 미국과의 공조된 전략을 위해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허가를 적극 촉구해 얻어내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제외한 서방 장거리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공격을 허락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인 12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 영내로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나토가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분쟁의 본질을 현저하게 바꿀 것”이라며 “이는 나토 국가들, 미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경우에는 분쟁의 본질 변화를 고려해서, 우리는 직면할 위협에 근거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영 정상과 푸틴의 이런 직접적인 경고와 대결로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충돌의 길로 가느냐는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 하지만, 이날 워싱턴 미-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 문제를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서방 쪽이 반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타머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러시아 관련 사안을 이 회담에서 크게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시사를 했다.
스타머 총리는 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푸틴의 위협에 협박받았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푸틴이 실제로 하는 것을 꿰뚫는 것”이라며, 나토와의 직접 대결 가능성은 푸틴의 공갈임을 시사했다. 스타머 총리는 두 정상이 중동에서 상황 및 “세계 전역의 다른 지역들”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그는 다음 주 유엔 총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룰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영 정상회담에 앞서 푸틴의 날선 경고로 서방과 러시아는 직접 충돌로 가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2일 폴란드 바르샤바 방문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가 행사할 수단들을 관한 것을 포함시켜서 조정하고, 필요한 적응을 할 것”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의 서방 장거리 무기 사용 원칙 변경을 시사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에 관해 “긴급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런 언급에 더해 뉴욕타임스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제외한 서방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공격 허가 시사를 보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긴장 고조는 절정에 올랐다. 특히, 러시아가 미-영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 주재 영국 외교관 6명을 간첩 혐의로 추방함으로써, 양국의 대결을 기정사실화됐다.
미국은 러시아 언론 아르티(RT)가 러시아 정보기관의 실질적 도구라며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아르티가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은밀하게 잠식”하려 하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언론 매체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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