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 알리기 싫다" 했지만 통지…2심도 "국가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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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성범죄 고소 사실을 집에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관련 통지서를 집에 보낸 경찰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항소심도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성범죄 고소 사건을 수사할 경우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A씨의 송달장소변경 요청을 간과했다"며 "이로 인해 A씨의 자기정보통제권과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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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온 통지서…가족도 피해 알게돼
1·2심 "사생활 침해돼 국가가 배상 책임"
경찰관들은 "고의·중과실 단정 어렵다"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성범죄 고소 사실을 집에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관련 통지서를 집에 보낸 경찰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항소심도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2부(부장판사 해덕진·김형작·김연화)는 최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하고 국가가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께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고소장 1면에 '가족들이 사건을 알게 돼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으니 관련 서류는 고소대리인의 주소로 보내달라'고 적었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6월께 수사결과통지서를 보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그 누구도 A씨가 요청했던 주소를 '고소대리인의 주소지'로 바꾸지 않아 통지서는 A씨 자택으로 송달됐다.
결국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받아 본 A씨의 아버지는 A씨의 성범죄 고소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A씨 가족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 가족들은 경찰의 사건처리를 문제 삼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경찰관들이 민감한 정보를 유출했다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 같은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찰관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선 위법하게 직무를 집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성범죄 고소 사건을 수사할 경우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A씨의 송달장소변경 요청을 간과했다"며 "이로 인해 A씨의 자기정보통제권과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친이 우편물을 개봉함으로 인해 고소 사건이 민감한 성생활과 관련된 것임이 드러나 피해가 크게 확대됐다"며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A씨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소장 1면에 송달장소변경 요청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A씨 측이 별도의 송달장소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며 "경찰관들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법하게 직무를 집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A씨가 아버지가 청구한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A씨에게 온 등기우편을 개봉한 행위는 위법한 행위인 점 등에 비춰 경찰관들의 과실과 부친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제출된 증거 및 당사자들의 주장 등 제반 자료를 다시 살펴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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